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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합시다

국민의 건강한 삶과 의료 표준을 선도하는 건강보험 모델병원

칭찬합시다 상세 조회에 관한 표이며 제목, 작성자, 등록일, 조회수,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제목
내 고통을 어루만져준 손길에 감사하며
작성자
최○혜
등록일
2019-10-12
조회수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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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어깨 고장으로 물리치료 처방을 받았다.

그동안 고질병 같은 만성 통증은 으레 직업병이려니 하고 대충 파스로 해결하거나

좀 심하다 싶으면 한의원에 가서 침 맞는 정도로 버텨왔다.

그러던 차에 지역구로 활동하던 통증이 점차 전국구로 확산되고

급기야는 도무지 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로 심해져

작심하고 병원을 찾아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일산병원 지하 한 구석 통증치료실 앞.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데, 누군가 낭랑한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부른다.

지난 석 달 동안 내 고통을 어루만져준 하치심 물리치료사다.

그녀는 대뜸 머리라도 하러 온 듯 싶게 ‘미장원 수다’를 풀어놓으며

한순간에 나를 무장해제 시킨다. &#40;나는 헤어샵에서조차 과묵한 사람이다.&#41;


타인의 손길이 내 몸에 닿아야만 가능한 물리치료 특유의

거부감을 없애기 위한 그녀만의 오랜 노하우인 듯 싶다.


그러는 사이 내 직업과 평소 습관 등 간략한 정보 통해

내 고통의 실체를 파악해 낸다.

그러면서 만성적인 통증을 방치하지 말라고.

작은 통증 관리가 삶의 질을 결정한다고 충고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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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o:p></o:p>

커튼 한 장으로 나뉜 통증치료실 공간.

견인기에 묶여 천장밖에 볼 게 없는 시간 동안

원치 않아도 듣게 되고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통증치료실의 외래 환자를 담당하는 물리치료사는 불과 4명.

허나 손발이 척척 맞아 떨어지는 조화로운 움직임 덕에

한시도 쉴틈 없이 돌아간다.

고통스런 비명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중증 환자의 짜증 섞인 타박에도

꿋꿋하게 ‘소머즈 귀’와 ‘성자의 인내심’을 장착하고

멀티플하게 대처하는 모습은 경이로울 정도다.



때론 타인의 삶이 파편처럼 얇은 커튼을 통과해 내 안으로 파고들 때도 있다.

짧은 진료시간 동안 못 다한 하소연부터 밥벌이의 고단함은 물론,

집안 내력에 음식 레시피까지 온갖 이야기들이 난무한다.

분명 물리치료사 업무 영역 밖의 일일 것이건만,

그들은 그 수많은 이야기들을 들어주고 일일이 대꾸해주며

몸의 치료란 결국 마음과 정신의 돌봄과 함께 가야 하는 것임을 증명해 보인다.



하루는 내 옆 침대에서 하치심 물리치료사 선생님과

어떤 할머니가 주고받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할머니의 아픈 부분을 마사지 하는 듯 ‘어구구구...’ 소리가 들려오는 가운데,

물리치료사 선생님이 할머니의 휴가 계획에 대해 묻는다.

그러자, 할머니는 “난 여기로 휴가 왔잖아... 이게 휴가여...” 하신다.

그리고 덧붙여 “누가 나를 이렇게 만져줘...” 하신다.

우리의 물리치료사 선생님, 살짝 울컥하신 듯 “할머니, 이게 뭐라고요...” 한다.

순간, 내 눈가에도 살짝 물기가 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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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o:p></o:p>

죽을 만큼은 아니어도 일상을 갉아먹는 소소한 통증이 만성화 되면서

때때로 몸과 마음, 정신과 영혼까지 너덜너덜해질 때가 있다.

허나 정량화 할 수 없고 계측할 수 없어 증명 불가한 나의 통증은

엄살처럼 보이거나 이해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녀는 달랐다.



고통의 크기를 재거나 경중을 비교한다는 건 크게 의미없는 일이지만

어쨌거나 병원을 찾는 중증 환자들에 비한다면

고작 만성 통증인 나는 스스로 ‘나일롱 환자’라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해서 그런 이들 앞에서 작아지는 나의 고통은 무의미한 건가,

고민하던 내게 하치심 물리치료사 선생님은

“근골격계에선 자기가 ‘중증’이야~”라는 말로 나를 충격에 빠지게 했다.

&#40;차라리 뼈 부러져 오는 환자 치료가 더 쉽단다. 끙-.&#41;


그래설까. 물리치료를 받는 동안,

나는 ‘통증의 늪’에라도 빠진 듯 한참을 허우적거렸다.

그럴 때 내 등과 어깨 상태를 보며 “이런 어깨로 어찌 사누...” 하거나

“이러니 아프게 생겼어...” 하는 그녀의 혼잣말조차 위로가 됐다.

그러면서 허락된 짧은 시간을 안타까워 하며

자신의 체중을 실어 내 고통의 영역을 어루만져 준다.

&#40;나를 낫게 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하는 그녀의 손은 또 얼마나 아플까 싶다.&#41;



눈물이 핑 돌 정도로 아프지만, 전에 그 할머니 말마따나

‘누가 나를 이렇게 만져줄까’ 싶으니 고마운 약손에 깊이 감사하게 된다.

하치심 물리치료사 선생님에게 받은 ‘가성비 갑’인 서비스는

처음으로 내가 내는 국민건강보험이 아깝지 않노라 생각하게 한 경험이었다.

생로병사의 고통으로 가득한 병원에

통증치료실 같은 안온한 공간이 있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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