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에 눈을 뜨니 몸이 가벼웠다. 아마 그 섬을 만날 수 있다는 설레임이 이유일 것이다. 그 섬을 방문하기 위해 지난겨울 찾아갔지만 파도로 배가 뜨지 않았다. 나를 거부했던 섬이었다. 선상의 시원한 바닷바람과 더불어, 출렁이는 물결, 고즈넉한 햇살이 나의 산행을 반기는 듯 하였다. 해안로 산책길이 저 멀리 눈에 들어온다. 동네 어귀의 할머니가 썰물 때라 해안 트레킹이 가능하다고 귀띔을 해 준다. 조금 전까지 바닷물과 함께한 바위며, 갯지렁이, 가재가 이제는 나와 친구가 되어 숨박꼭질을 한다. 바람이 불어온다. 눈을 감고 바위에 서서 바람을 느껴본다. 해안 트레킹을 마치고 산행의 출발지에 올랐다. 아침이라 서해의 아름다운 낙조를 볼 수는 없었지만 넓은 바다가 품안에 들어왔다.
고기잡이 배며, 날아다니는 갈매기는 한 폭의 수묵화 그 자체였다. 화사한 풍경을 뒤로하고 산행을 시작했다. 산행을 하면서 느끼는 산의 풋풋한 냄새가 좋다. 산의 보드라움이 느껴진다. 제일 높은 산봉우리가 151m이지만 양쪽으로 바다가 어우러져 있어 기분 좋은 산행이었다. 그 순간만은 내가 중심이고, 최고인 듯한 착각에 빠졌다. 무사히 산행을 마치고 선착장으로 내려왔다. 인어아가씨(동상)에게 가벼운 키스
로 인증샷을 찍은 후 돌아오는 배편에 몸을 실었다. 아직 그 여운이 남아있다. 그 여운이 끝날 때쯤 다시 다른 산을 찾아 헤맬 것이다.
산을 즐겨 찾게 된 이유는 몇 년 전 건강검진을 받은 이후라 생각이 든다. 비만에 혈압이 높다는 결과에 겁을 먹은 것이 시작이 된 것이다. 그 이후로 꾸준히 등산을 시작하게 된 것 같다. 등산을 시작하면서 건강을 회복하게 되었다. 그러나 등산을 통해 얻은 게 그것 밖에 없을까? 산행은 인생의 축소판이라는 것을 산행을 통해 배운다. 산에서는 항상 조심스러운 발길을 내딛지 않으면 위험이 도사린다. 인생도 그렇다. 어디서나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없는 것이다. 항상 배려하고 자기 몸가짐을 바르게 할 때 가치가 빛나는 것이다.
산은 오르막 내리막이 있다. 오르내리며 꽃도 보지만 차가운 바람도 만나면서 정상의 기쁨을 꿈꾼다. 인생도 이처럼 굴곡이 있다. 그 굴곡 속에서 기쁨, 슬픔도 느끼고, 희망을 찾는 것이다. 산은 노력하는 만큼 정상에 가까워진다. 인생도 노력하는 만큼 원하는 바를 얻는 듯 하다. 또한 산은 지구력을 키워준다. 혹 자녀가 학생인 가정이라면 등산을 권유한다. 묵묵히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버릇을 기르는 데는 최고라는 생각이 든다. 산행이 곧 공부다. 산행에서 흘리는 땀은 그냥 땀이 아니다. 아주 달다. 힘든 산행을 거쳐서 흘리는 땀이라서 먹는 내가 달게 느낀다. 그러나 산과 인생의 가장 큰 차이점이 있는 듯 하다. 산의 정상은 누구나 볼 수 있지만, 인생의 정상은 본인도 알 수 없다. 그래서 인생이 더욱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