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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 Life

의료진 해외연수 후기

수술실 아닌MRI 판독실,
새로운경험을더해
환자에게더 다가가다

해외 연수를 가기 전에 모든 사람들이 공통으로 가장 고민을 하는 부분은 과연 내가 1년이라는 시간을 어느 곳에 가서 어떻게 보낼지 여부가 아닐까 합니다. 이번호에서는 임상의사로서 경험한 저의 특별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글. 정형외과 김성훈 교수

1 2 3 1. 1년동안 함께한 UCSD international visiting scholar 분들
2. 1년동안 시간을 보낸 UCSD Hillcrest Medial Center 전경
3. University of Florida 수술실에서 Dr. Thomas Wright와 함께
올바른 답을 찾기 위한 새로운 경험

저는 2018년 9월 1일부터 2019년 8월 31일까지 1년의 시간 동안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 있는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Diego(UCSD)에 해외 연수를 다녀왔습니다. 제가 찾은 곳은 그 중 정형외과 수술실도 실험실도 아닌 판독실이었습니다. 저는 1년 동안 근골격계 영상의학 분야의 대가이신 Donald Resnick 선생님께 방문하여 정형외과 임상과는 조금 동떨어진 MRI 판독실에서 환자를 직접 대하지 않고 영상만을 들여다보았습니다.
UCSD의 Hillcrest Medical Center의 Teleradiology Center에서 주로 외부의 지역 병원에서 판독에 어려움이 있는 MRI 영상에 대해 의뢰가 들어오면 함께 영상을 보며 토론하고 판독하는 일이었습니다. 저와 같은 international visiting scholar의 신분으로 온 사람들은 총 6~7명 정도였으며 주로 영상의학과 의사들과 함께 재활의학과 의사, 그리고 정형외과 의사도 있었습니다. 저에게는 임상의사로서 단 몇 분 만에 MRI를 보고 임상적으로 중요한 부분만 확인하는 것과는 달리 영상의학과 영역에서 체계적으로 영상을 분석하고 판독하는 것이 큰 의미가 있었으며 때론 익숙하면서도 생소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또한 평소 정형외과 의사를 접할 일이 그리 많지 않은 그들에게 임상의사로서 주어진 영상에 대한 제 의견을 전하고 의사결정하는 과정은 그들에게도 신선하게 다가갈 수 있었다는 점이 보람 있었습니다.
바쁠 수밖에 없는 한국의 의료 시스템 안에서 급히 판단하다 보면 간과하고 지나칠 수밖에 없는 사소한 문제에 대해서도 여러명의 전문의가 앉아서 함께 의논하고 필요하면 바로 문헌 검색도 해보고 올바른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 처음에는 답답하기도 했지만, 어느새 익숙해져 버렸습니다.

의사로서 꿈꾸던 ‘의사상’을 만나다

모든 임상 의사들은, 특히 수술하는 외과계 의사들은 수술실을 떠나 있는 시간이 오래되다 보면 불안해지기 시작합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서 2019년 5월, 지인분의 소개로 무더운 Florida 주 Gainesville에 있는 University of Florida의 UF Health 정형외과 수술실을 방문하였습니다. 이곳에 계신 Thomas W. Wright 선생님은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어깨 인공관절 수술에만 아주 특화된 어깨 전문의로서 관절경 수술은 하지 않고 오로지 미국 각지에서 의뢰되어 오는 아주 힘든 케이스의 인공관절 수술만을 하시는 분이었습니다. 최근 한국에서도 어깨 인공관절 수술의 빈도는 급증하고 있으나 정작 수술 후 문제가 생긴 환자를 해결할 수 있는 병원을 찾기 힘듭니다. 이러한 부분을 담당해야 하는 병원에서도 문제가 생길 여지가 있는 환자들을 의뢰받기 꺼려하고 그 시간에 간단하고 최대한의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수술만을 하려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Dr. Wright선생님은 특히 다른 곳에서 수술하고 문제가 생긴 환자들도 적극적으로 받아서 최선을 다해 수술하고 문제를 해결해 주시는 모습이 의료 소송이 굉장히 많은 미국이라는 나라를 기준으로 생각해 보았을 때 굉장히 인상적이었으며 제가 꿈꾸는 의사상의 모습이었습니다. 긴 시간은 아니지만, 그곳에서 여러 수술을 참관하고 때론 수술 보조도 하고 수술 후 환자에 대해 함께 의논하면서 잠시 잊고 있던 임상 의사로서의 기분을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일상의 행복, 잊지 못할 추억

제가 있던 샌디에이고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최남단에 위치하고 멕시코 티후아나와 국경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원래 해군 및 해병대의 다양한 군사 시설과 함께 항공모함이 기항할 수 있는 큰 군항을 갖고 있어 해군 도시로 그 역사가 시작했으나 미국의 대도시임에도 불구하고 흑인의 비율이 굉장히 낮고 1년 내내 쾌적한 기후와 안정된 치안, 비싼 물가로 부유한 백인들의 은퇴 도시로 불립니다. 태평양 연안을 따라 아름다운 해변이 끝없이 이어져 있으며 학군이 훌륭하고 Sea World, LEGOLAND와 같은 테마파크도 있다 보니 한국인을 동네에서 심심찮게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만난 많은 한국인이 1~2년 지낸 다음 가족들을 남겨두고 혼자 돌아가거나, 은퇴 후 그곳으로 돌아와 여생을 보내는 것이 꿈이 될 만큼 그곳의 생활에 만족스러워했습니다.
무엇보다도 한국에서 방과 후 학원을 돌며 전전긍긍하느라 지쳐있던 한국의 아이들은 방과 후 아파트 야외 수영장에서 물놀이를 하고, Little League team에서 땀을 흘리고, 아빠가 차려주는 저녁 식사를 하는 등 공부만 잘하는 것은 그리 자랑거리가 될 수 없는 환경 속에서 생활할 수 있다는 것이 인생에서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 같습니다.
미국은 한국에 비해 굉장히 느리고 융통성이 부족하고 때론 비합리적인 면이 있습니다. 가깝게는 아파트 리징 센터부터 마트, 은행 등 많은 생활 시스템이 그렇고 대표적으로 의료 서비스가 그렇습니다. 한국에 돌아오니 ‘빠름’이란 것이 아주 편했습니다. 하지만 길을 걷다 지나치는 무표정한 사람들의 얼굴을 볼 때마다 그곳 사람들의 미소와 눈인사가 그립습니다.

4 5 6 7 4. 한국에서 방문하신 세브란스 견주관절 연구회 분들과 함께 Thay Q Lee Biomechanics Lab을 방문하여
5. San Diego의 명물 USS Midway 항공모함과 키스 동상
6. San Diego Padres 홈 구장인 Petco Park에서의 일몰
7. 1년동안 거주했던 Signiture Point Apartment 수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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