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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 Life

함께 걷기 1

가족,건강의소중함을
다시금느낀순간
신경외과 이윤호 교수와 류정옥 씨

중국 길림이 고향인 류정옥 씨는 11년 전 남편과 한국에 입국했다. 한국에서 생활하기 위해 고향을 떠나온 길이었지만 여행비자 만료로 단기간 입출국을 반복해야 했다. 그러다 2013년 보다 안정적인 취업비자를 받아 일산에 정책했다. 열심히 돈을 벌어 살림을 펴보자 마음먹은 것도 잠시, 류정옥 씨는 심장 스텐트 시술과 고혈압성 뇌출혈로 두 번의 수술을 받았다. 두 번 모두 일산병원에서 수술과 치료를 받은 그녀는 살아있음에 감사하다.

글. 이지연 사진. 현진(AZA 스튜디오)

일산병원과의 특별한 인연

몸이 아프면 마음도 약해지기 마련이다. 아픈 나 때문에 우리 가족이 고생하는 것은 아닌지 눈치를 보게 된다. 류정옥 씨도 그랬다. 중국 길림의 한 시골마을에서 살았던 류정옥 씨 부부는 일거리가 너무 없어 고심하다 2008년 한국행을 택했다. 그때는 여행비자로 온 것이라 비자만료로 입출국을 반복하길 수차례. 부부는 2013년 취업비자로 입국해 류정옥 씨는 식당에서, 그녀의 남편은 건축 현장 일용직으로 일했다. 타국에서의 생활이 만만치는 않았지만 그래도 언어가 통하니 제2의 고향 같았고, 몸만 건강하면 무슨 일이든 해서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았다. 당시 50대 중후반의 나이였지만 부부는 합심해 참 열심히 일했다. 그런데 2015년 그녀의 심장에 무리가 왔다. 심장혈관이 막혀 스텐트 시술을 하게 되면서 난관이 닥쳤다. 턱없이 부족한 병원비 때문이었다. 다행히 일산병원 공공의료사업팀의 도움을 받아 해결할 수 있었다. 막막했던 순간, 도움의 손길이 열렸다. 외국인이라 지원의 한계가 있었지만 기준에 적합한 증빙서류를 제출해 병원비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는 것이 이미랑 사회복지사의 설명이다. 스텐트시술 이후 류정옥 씨는 심장약을 먹으며 다시 식당 일에 뛰어들었다. 본래 부지런하고 억척스러웠던 그녀는 치료비를 만회하고 싶었다.

선생님, 고맙습니다

그녀가 ‘엄청 착하고 부지런한 남편’이라고 부르는 이종권 씨는 이런 아내가 한없이 안쓰러웠다. 생활에 여유가 있고, 자신이 조금 안정적인 직업을 가졌다면 살아가는 것이 좀 수월했을 것이라는 미안함이었다.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애틋한 이 부부에게 또다시 청천벽력 같은 일이 일어난 것은 지난 9월이었다. 류정옥씨가 일하던 식당에서 늦은 저녁을 먹다 갑자기 구토를 하고 쓰러졌던 것이다.
“고혈압성 뇌출혈로 인해 뇌혈관에서 출혈이 일어났어요. 관을 삽입해 혈종을 뽑아냈죠. 응급실에 실려 왔을 당시 의식이 거의 없는 상태여서 급히 수술에 들어갔습니다. 소식을 듣고 남편분이 달려왔는데 얼굴이 사색이 되어 있었어요. 다행히 수술은 잘 끝났지만 한 달 가까이 중환자실에 머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윤호 교수는 당시 고혈압약을 먹고 있던 류정옥 씨가 치료를 위해 두 달 가까이 약을 끊으며 잘 견뎌주었고, 가족들의 극진한 보살핌이 있었기에 회복이 빨랐다고 설명했다.
“선생님 덕분에 제가 지금 식구들 얼굴을 볼 수 있는 것 같아요. 고맙습니다, 선생님.”
뇌출혈로 인해 몸 왼쪽 부분에 편마비가 온 류정옥 씨는 다리는 조금씩 움직일 수 있지만 아직 휠체어에 의지해야 한다. 발음이나 표현 또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런 그녀가 느릿하고 흐릿한 말로 이윤호 교수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이윤호 교수는 “자신은 의술만 행했을 뿐 가족들의 지극정성이 류정옥 씨를 살린 것이나 다름없다”며 “나을 수 있다는 좋은 생각을 하면서 열심히 재활운동 해 두 발로 빨리 걸어 다니자”고 마음이 약해진 그녀를 따뜻하게 다독였다.

다시 시작된 삶

이윤호 교수의 말처럼 류정옥 씨 가족은 유독 가족애가 돈독했다. 엄마가 쓰러졌다는 소식에 가정이 있는 큰딸이 이틀 만에 중국에서 들어와 퇴원 후 요양병원에 입원한 엄마를 두 달 넘게 간병하고 있다. 육십이 넘어 일거리 찾는 것이 쉽지 않았던 남편은 다행히 청소일을 구해 일을 시작했다.
“가족에게 정말 감사해요. 착한 남편과 딸이 없었다면 버티기 힘들었을 거예요. 병원에 있는 동안에도 마음이 너무 편했어요. 일반병실로 옮겼을 때 선생님이 아침마다 오셔서 친절하게 말을 건네주시고 상태를 설명해주시는데 선생님 얼굴만 봐도 아픈 게 싹 낫는 것 같았어요.”
몸이 점점 호전되고 있었으나, 류정옥 씨는 걱정이 하나 있었다. 빤한 살림에 병원비를 감당할 수 있을까 덜컥 겁이 났던 것이다. 이런 류정옥 씨의 사정을 들은 공공의료사업팀에서 남편과의 면담을 진행하는 한편 치료비 관련 후원기관 모색에 나섰다. 2015년 수술 당시 원내 지원금액을 모두 사용한 터라 지원이 쉽지는 않았으나 일산병원 공공의료사업팀의 도움으로 아산사회복지재단 SOS의료비 대상자로 선정되어 치료비 일부를 지원받을 수 있었다.
류정옥 씨 가족은 두 번이나 목숨을 살려주고, 도움을 준 일산병원에 감사하다며 진심으로 고개 숙여 인사했다. 그녀 또한 많은 이들의 정성과 도움으로 살아있는 만큼 재활치료를 열심히 해서 두 발로 걷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그 누구보다 애틋했던 류정옥 씨의 가족이 오래도록 생각날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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