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관리팀 김충성 팀장
얼마 전 중학교 3학년 딸아이와 함께 베란다 앞 화단에 꽃씨를 심었다. 우리 아파트는 1층에 작은 화단을 가꿀 수 있는 공간을 준다. 14년째 살면서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매년 봉숭아, 나팔꽃, 채송화 등의 꽃을 볼 수 있는 화초를 심었고, 가끔은 방울토마토, 고추, 가지등의 채소를 가꾸기도 했다.
어린 시절, 아니 결혼하고 분가하기 전까지 살았던 단독주택 마당에는 부모님께서 정성들여 가꾸시는 화초와 꽃나무로 가득했었다. 아마도 그 추억 덕분에 내가 작은 자투리땅이지만 무언가라도 심고 가꾸게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딸아이가 유치원 시절부터 초등학교까지는 매년 여름이면 부적인 양화단의 봉숭아꽃으로 열 손가락에 붉은 봉숭아물을 예쁘게 물들여 주었다. 딸아이는 아빠가 봉숭아물 들여 주는 것을 당연시했고, 엄마가 아닌 아빠가 봉숭아물을 들여 줬다는 것에 의아해하는 주변 사람들의 반응에 “아빠가 봉숭아물 들여 주는 게 맞지”라며 확인하듯 나에게 물어오곤 했다.
그런데 올해는 딸아이가 아빠와 함께 꽃을 심겠다며 나선 것이다. 그리고 옵션으로 새끼손가락 한 개만 봉숭아물을 들여 달라는 요구사항을 덧붙였다. 몇 해 동안 방치되었던 화단의 낙엽과 잡초를 걷어내고, 마트에서 딸아이와 함께 고른 꽃씨와 몇 해 전까지 가꾸었던 꽃에서 받아두었던 꽃씨를 골라 화단을 다시 가꾸면서 아이를 키우는 아빠로서 소소한 행복에 빠져본다. 올여름에는 오랜만에 딸내미 예쁜 손에 봉숭아물을 들여 줄 수 있겠다. 딸 바보 아빠의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