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ppiness of Life
일산병원이 전하는 인생의 행복

Love, Life

하루하루 사랑을 적립하다 이비인후과 신향애 교수

하루 만 원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 밥을 한 끼 먹기에도, 커피를 한잔 마시기에도 제법 충분한 금액이다.
신향애 교수는 자신이 쓸 수 있는 만원의 기회를 다른 이들에게 전하기로 했다.

Text. 정라희  Photo. 이서연(AZA스튜디오)

환자를 위한 하루 만 원의 실천

매일 만 원을 모으면 일 년이면 365만 원이 된다. 그렇게 2015년부터 지금까지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만 원씩 기부를 이어왔다.
“생각보다 많은 분이 진료비 걱정으로 치료를 미루다가 뒤늦게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장 수술을 해야 하는데 ‘저 지금 수술받을 돈이 없어요’라고 말씀하시는 일도 종종 있죠. 진료실에서 만나는 환자들 중에 정말 딱한 상황에 있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거든요. 생사가 오가는 일인데 돈 때문에 수술을 못 받는다고 하면 얼마나 마음이 아파요.”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환자들의 고충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도록 적은 비용이라도 기부해야겠다고 생각한 신향애 교수. 그렇게 적립한 비용으로 수술을 받기 힘들었던 두경부암 환자들이 의료비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신향애 교수가 나눔을 결심한 데에는 개인적인 위기가 영향을 미쳤다. 2010년 일산병원에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건강에 이상을 느껴 한동안 치료를 병행해야 했던 것. 건강을 회복하면서 삶을 향한 감사가 깊어졌고, 그 마음을 잊지 않고자 나눔을 결심했다. 앞으로도 일산병원에 근무하는 동안, 계속해서 나눔을 이어갈 계획이다.
“저도 몸이 좋지 않을 때는 ‘왜 나에게 이런 일이’라는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모든 것이 감사해요. 우리 병원을 찾은 많은 환자분도 좌절하지 않고 힘을 내셨으면 좋겠습니다.”

환자에게 정성을 다하는 의사

신향애 교수는 이비인후과에서 두경부암을 비롯해 갑상선암, 경부종물, 침샘질환 등을 담당하고 있다. 사소한 불편으로 진료실의 문을 두드리는 경증 질환자도 있지만, 생각보다 중한 질환으로 그녀 앞에 앉는 환자들도 적지 않다. 촌각을 다투는 응급상황을 해결해야 하는 일도 많다. 심경부 감염으로 농양이 점차 목으로 내려와 환자가 제대로 숨을 쉬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수술실에서 환자의 농양을 수차례 빼내는 일을 손수 하면서도, 환자가 회복해 웃으며 귀가하는 모습을 보면 고생했던 기억은 사라지고 보람이 남는다. 덕분에 체력적으로 부친 의사의 길을 계속해서 이어가고 있다.
“아픈 환자를 생각하면 종일 마음을 놓을 수가 없어요. 집에서도 환자를 치료할 생각을 궁리하느라 시간을 보낼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정성을 쏟으면 환자의 회복이 더 빨라져요. 그래서 후배들에게도 항상 ‘환자에게 정성을 쏟으라’고 강조합니다.”
일산병원에 교수로 부임한 지 어느덧 9년째. 특별히 종교는 없지만, 그녀는 항상 수술실에 들어갈 때마다 간절한 마음으로 환자의 치유를 희망한다. 그 진심이 환자의 회복에 조금이나마 긍정적인 기운을 전해주기를 바라면서. 매일 만원의 기부도 결국 환자를 생각하는 마음의 표현이다. 아픈 몸을 넘어 환자의 상황까지 헤아리는 배려. 덕분에 진료실 안이 더욱더 따스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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