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ppiness of Life
일산병원이 전하는 인생의 행복

행복한 동행

일산병원이
그의 스케치북 속으로
들어왔다
신장내과 강이화 교수와 화가 정상용 씨

시인 이시영은 시 <태양빛>에서 “찌는 듯한 삼복더위에 빳빳이 고개 내밀고 푸른 하늘과 맞서고 있으니 / 대추 열매에 올해도 서늘한 태양빛 들겠다”라고 말했다. 요독증으로 일산병원에서 혈액투석을 받고 있는 정상용 씨는 한여름의 목마름을 열매로 만드는 대추나무처럼 투병의 고단함을 예술로 승화시켰다.

Text. 이성미  Photo. 홍덕선

일산병원 침상에서 시작된 화가의 길

아버지는 괜찮다. 시련의 무게가 코끼리보다 무거워도, 아버지의 입은 항상 같은 말을 반복한다. 어느 날 갑자기 이름 옆에 병명이 적인 후에야 아버지는 자신이 괜찮지 않았음을 깨닫는다. 정상용 씨도 마찬가지였다. 괜찮다는 말로 건강검진을 계속 뒤로 미루었던 정상용 씨는 언제부터인가 몸이 자꾸 저려오는 걸 느꼈다. 과로 때문이려니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가 뒤늦게 병원을 찾은 그는 “큰 병원에 가보라”라는 말을 들었다. 그때 가장 먼저 떠오른 곳이 바로 일산병원. 그렇게 그는 2009년 처음 신장내과 강이화 교수를 만났다.
“처음 내원하셨을 때 정상용 환자분은 요독증(尿毒症)이 심한 상태셨어요. 바로 입원해 투석을 시작하셨죠. 왕성히 활동을 해야 할 50대 초반의 중년 남성이 갑자기 직장을 그만두고 투석을 받으러 병원에 계속 다녀야 한다고 하니 아마 받아들이기 힘드셨을 거예요.”
장기적인 치료로 일상생활이 어려운 투석 환자들은 종종 단절에서 오는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곤 한다. 정상용 씨도 가족들 앞에서는 여전히 “아빠 괜찮다”라고 말했지만 밀려오는 허망함을 내치긴 어려웠다. 건설 현장을 누비며 바쁘게 살아온 그에게는 투석을 받는 동안의 무료함도 낯설었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난 어느 날, 투석을 받는 동안 자유로운 한 팔로 그림을 그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길로 한 손에 들어오는 수첩을 사 펜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정상용 환자가 오래전 제게 ‘요즘 그림을 그린다’라며 그림 한 장을 보여주셨었어요.
그러더니 한참이 지나 또 어느 날 전시회를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반가운 마음에 찾아갔죠.

“투석을 받는 동안 책도 읽고 이것저것 해봤지만 금방 지루해졌어요. 밤에는 불면증도 생기고요. 그래서 그림을 그려봤는데 집중도 잘 되고 시간도 잘 가더라고요. 물론 처음에는 솜씨가 영 엉망이었어요.”
그렇게 나이 육십이 다 되어 시작한 그림은 그의 삶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서툰 솜씨로 종이의 여백을 채우고, 전문적으로 미술을 배우지 않은 데에서 오는 공백은 유튜브로 그림 관련 방송을 보며 메웠다. 작품 활동을 하며 인스타그램을 통해 친구를 사귀고, 그들과 그림 그릴만한 곳을 찾아 여행을 다니기도 했다. 서울 창덕궁 후원, 경주 독락당, 아산 건재고택, 논산 파평 윤씨 종학당 등 많은 문화재와 고택이 그의 스케치북 안으로 들어왔다. 2014년 독학으로 펜화를 시작한 정상용 씨는 이듬해 한양문화예술대전에서 입상을 하더니, 같은 해 고양 국제 아트페어에도 참가했다. 그림을 시작한 지 단 4년 만에 그는 자신의 이름을 걸고 개인전을 여는 작가로 성장했다.

화가의 스케치북에 담기는 일산병원

세밀화가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 정상용 씨가 일산병원을 특별히 생각하는 이유는 바로 병원 의료진, 특히 신장내과 강이화 교수 때문이다. 1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강이화 교수는 묵묵히, 좋은 소식을 접할 때면 정상용 씨보다 더욱 기뻐하며 그의 삶을 응원했다. 2011년 정상용 씨의 폐에서 종양이 발견되었을 때에도 그는 수술을 포기했지만, 강이화 교수는 포기하지 않고 그를 설득했다. 그리고 무사히 수술을 마칠 수 있도록 도왔다.
“신장내과 강이화 교수님과 장태익 교수님, 신장센터 선생님들, 정신건강의학과 박선영 교수님 등 일산병원에서 좋은 선생님들을 만나 폐암을 조기에 발견해 수술을 잘 마치고, 또 화가로서의 새로운 길을 걷게 된 것을 보면 일산병원과의 만남은 운명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의료진에 대한 고마움과 애정은 일산병원에 대한 사랑으로 더 커졌고, 마침내 그의 펜은 병원 전경을 그리는 데까지 이르렀다.


좋은 선생님들을 만나 폐암을 조기에 발견해 수술을 잘 마치고, 또 화가로서의 새로운 길을 걷게 된 것을 보면 일산병원과의 만남은 운명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일산병원을 위해 뭔가 할 수 있는 게 없을까 고민하다가 병원 전경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그동안 고택, 즉 한옥을 주로 그려온 제게는 현대식 건물을 그린다는 것 자체가 도전이에요. 하지만 제가 그린 일산병원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 무척 설레요. 저는 지금도 그림 그리는 게 정말 즐거워요. 병원에 계신 다른 분들도 환자라는 것 때문에 도전 앞에 너무 움츠러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펜 가는 곳마다 희망이 그려지길

어떤 환자든 소중하지 않은 사람이 없지만, 강이화 교수에게도 정상용 씨는 특별하다. 특히 투석을 받는 동안 환자들의 모습을 그리거나 환자들에게 자신의 작품을 보여주며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파하는 정상용 씨를 바라보며 강이화 교수는 더 많은 환자들이 그와 같이 희망을 찾길 기도한다.
“정상용 환자가 오래전 제게 ‘요즘 그림을 그린다’라며 그림 한 장을 보여주셨었어요. 그러더니 한참이 지나 또 어느 날 전시회를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반가운 마음에 찾아갔죠. 정식으로 그림을 배운 적이 없는데도 솜씨가 정말 대단하셨어요. 환자분 표정이 점점 밝아지는 것을 보니 참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래서 저도 전시회에서 그림 한 점을 사와 집에 걸어두었어요. 많은 분들이 정상용 환자처럼 본인이 하고 싶은 일, 잘 할 수 있는 일을 발견하고 새롭게 희망을 찾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울러 강이화 교수는 건강검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상용 씨처럼 검진을 미루다 뒤늦게 몸의 이상을 발견하는 사람들이 없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신장 기능 손상은 일정 수준을 넘어서기 전까지 환자가 별다른 증상을 느끼지 못할 수 있어요. 따라서 무엇보다 국가에서 시행하는 건강검진을 통해 질환을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해요. 아무쪼록 국민들이 검진을 성실히 잘 받아 건강한 삶을 계속 유지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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