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동간호팀 김영현 수간호사
얼마 전 영화 ‘국제 시장’을 보았다. 상영시간 내내 마음이 아려온 것은 주인공의 삶에서 내 아버지의 삶이 느껴졌기 때문일까? 어느새 40대 끝자락이 된 지금. 불러도 아버지 목소리를 들을 수 없는 지금에서야 내아버지의 삶을 조금이나마 안다고 할 수 있을까? 지난해 봄, 아버지와 보냈던 소중한 45일. 침상에 누워의식이 혼미하신 아버지께 지난 추억을 말씀드린다고 많은 이야기를 하면서 떠올려지던 기억들이란…. 유난히도 윤기 흐르던 아버지의 양복, 가죽의 골이심하게 해졌던 검정 구두, 낡은 와이셔츠 소매 끝, 휴가철 우이동 계곡 물에 담가 함께 먹던 과일, 돌을 달궈 아버지가 구워주시던 삼겹살….
그 시절 공무원 박봉으로 4남매를 키우셔야 했던 아버지는 양복 한 벌로 수없이 많은 해를 보내셨고, 구두 한 켤레로 몇 해를 보내셨을까? 30여 년의 공직생활로 정년퇴임하시기까지 얼마나 많은 일을 인내하셔야 했을까? 혼미한 의식의 끝자락 섬망 속에서도 “아버지 출근해야 한다. 신발 신겨줘. 얼른 가야해”라고 여러 날 말씀하셨던 아버지를 회상하면서 아버지의 가장으로서 책임감의 무게가 자식의 마음에 이제야 전해진다.
한국 현대사의 그 힘든 격동의 세월을 다 보내시면서 자식 앞에서 ‘힘들다’라는 말씀 한마디 없으셨던 분. 항상 흐트러짐 없이 올곧으셨던 아버지. 자식을 키우면서 비로소 아버지의 삶이 얼마나 존경받을 삶이었는지를 느끼고, 아버지와 함께한 세월의 마지막에서야 수없이 말씀드릴 수 있었다.
“사랑합니다. 그리고 존경합니다. 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