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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H 진료실 ④

깨끗하게 씻고, 안전하게 먹고
여름철 장염 Bye

해를 거듭할수록 불볕더위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여름이 더 더워지는 것 같다.
무더운 여름이면 더 쉽게 발병하는 여름철 장염, 어떻게 하면 장염에 걸리지 않고 건강하게 보낼 수 있을까.

글. 소화기내과 조용석 교수

장염으로부터 멀어지는 법, 첫째도 둘째도 청결

“조금만 늦었어도 큰일 날 뻔 했어요.”
“그렇게 위험했나요?”
“다 나을 뻔 했어요.”
“….”
장염은 대부분 저절로 호전되는 질환이다. 아니 사실, 아플 만큼 아프고 나면 낫는 병이다. 환자가 장염으로 내원했는데, 다른 병원에서 이미 약을 2~3일 처방받아 먹었지만 호전되지 않아 왔다고 하면 속으로 미소를 짓게 된다. 이제 좋아질 때가 되었으니 때마침 진료를 보게 된 의료진은 명의가 될 기회를 잡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급성 장염은 세균으로 인한 상한 음식 또는 세균이 만든 독소를 먹고 난 뒤 고열과 구토, 설사를 동반하는 복통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원인균은 포도상구균, 비브리오균, 살모넬라균 등이 있으며, 이 외에 많은 종류의 바이러스도 장염을 일으킬 수 있 다. 특히 비위생적으로 처리된 음식을 먹는 경우 장염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여름철 장염을 앓는 많은 환자들은 회, 해산물, 게장처럼 날로 먹는 음식을 통해 병을 얻게 되는 경우가 많다. 상한 음식은 충분히 익혀 먹더라도 균이 이미 만들어 놓은 독소 때문에 장염에 걸릴 수 있다. 음식뿐만 아니라 오염된 물을 먹고도 걸릴 수 있으며, 깨끗하지 않은 손으로 음식을 집어먹는 경우도 위험할 수 있다. 휴가철에는 집이 아닌 다른 공간에서 외식하는 경우가 많은 탓인지 그만큼 장염의 발병률이 높다. 노약자나 기저질환이 있는 만성질환자는 같은 음식을 먹어도 더 쉽게 장염에 걸리고 더 심하게 앓을 수 있으므로 어린이나 노약자는 보다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보통 상한 음식을 섭취 후 6시간에서 48시간 정도 경과하면 구토, 설사, 복통 등의 증상이 시작된다. 고열을 보일 수도 있고 매우 드물게는 혈변이나 탈수 증상으로 위험할 수도 있다.

장염 치료의 핵심은 수분 공급

장염을 치료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수분 공급이다. 균이 없는 깨끗한 물, 즉 믿을 수 있는 정수된 물이나 끓인 보리차를 식혀서 마시는 것이 좋다. 너무 차가운 물은 오히려 설사를 유발할 수 있으니 미지근한 물이나 따뜻한 물이 도움이 된다. 식사가 가능하다면 미음이나 죽을 먹으면서 증상에 따라 해열제, 진경제, 기타 필요한 약을 복용하면 대부분 수일 내로 회복된다.
휴가지에서 발병하여 병원을 찾기 어려운 경우라면 끓여서 식힌 물과 이온음료 등을 먹으면서 배를 따뜻하게 해주고 경과를 관찰하도록 한다.
다만 구토가 너무 심해서 음식물 섭취가 어렵거나 고열을 보이는 경우, 복통이 심하고 진찰상 반사통이나 복부 경직 등 급성복증(복강을 싸고 있는 얇은 막인 복막에 대한 급성 자극에 의하여 심한 복통을 일으키는 것)이 의심되는 경우, 혈변을 보이는 경우는 혈액검사나 복부CT 등의 정밀 검사, 또는 입원이 필요할 수도 있다. 입원 후 치료는 정맥주사로 수액 을 공급하면서 필요에 따라 항생제 등을 투약한다. 급성 장염인 경우 대장내시경검사는 거의 필요하지 않지만 혈변을 보이거나 복부 CT에서 이상이 보이는 등 특수한 경우에는 대장내시경 검사가 필요할 수도 있다.
어린이의 경우 심한 설사와 구토로 인해 쉽게 탈수가 올 수 있으므로, 탈수되지 않도록 적절한 수분 공급을 해주고, 우유나 주스, 고기 등은 장염이 다 나을 때까지 먹이지 않는 것이 좋다. 고령의 어르신들도 단순 설사, 구토만으로도 전신상태가 갑자기 나빠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적절한 수분 공급을 하면서 미음 등을 섭취하는 것을 권하며, 조금이라도 이상반응이 나타난다면 서둘러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좋다.
당연히 장염은 걸리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름철 급성 장염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는 날 음식, 차가운 음식, 청결하지 못한 음식을 피하고, 보관이 잘못된 음식은 아깝더라도 먹지 말고 처분해야 한다. 그리고 손을 깨끗이 씻어서 위생에 유의한다면 더운 여름, 장염에 걸리지 않고 건강하게 지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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