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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TROENTEROLOGY
정재복 교수

췌장ㆍ담도 분야 명의인 정재복 교수는 연세의료원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과장과 소화기병센터 소장, 적정진료관리(QI)실 실장을 비롯해 대한췌담도학회 회장, 대한소화기학회 이사장, 대한소화기연관학회 영문잡지 <Gut and Liver> 발행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의학을 향한 열정의 결정체  소화기내과 정재복 교수

인체의 신비는 평생 탐구해도 부족하다. 의학 발전은 결국 연구하는 이들의 집중과 노력이 일군 것. 오랜 임상 경험과 연구에서 얻은 깨달음을 다음 세대로 넘겨주는 일도 의사의 역할이다. 정재복 교수가 대표 저자로 <췌장학>을 집대성한 까닭이 여기 있다.

글. 정라희  사진. 남윤중

모두를 위한 췌장학 교과서

정재복 교수는 췌장·담도 분야의 명의다. 1976년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1984년부터 2018년 2월까지 연세의료원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에서 교수로 재직했다. 평생 몸담아온 연세의료원 생활을 마무리하고 지난 3월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으로 온 그가 지난 4월 <췌장학>을 출간했다.
“<췌장학>을 출간한 데에는 긴 역사적 배경이 있어요. 제가 오래 몸담았던 연세의료원은 1973년 3월에 국내 최초로 내과를 전문 분야별로 분과해 진료를 시작했고, 1991년에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소화기내과를 위장관, 간, 췌장·담도 분야로 세분화해 소화기내과 세부 분야의 진료와 학술 발전에 이정표를 세웠죠. 사실 <췌장학>은 한국 췌장학의 개척자였던 고(故) 강진경교수님의 정년퇴임에 맞춰 준비하던 책이었습니다.
그런데 강 교수님께서 정년퇴임을 앞두고 작고하셔서 진행이 중단됐죠. 그러다 2년 전부터 저를 포함한 편집위원들이 모임을 가지면서 출간에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습니다.” 총 55장으로 구성된 <췌장학>은 췌장의 해부를 비롯해 췌장 기능의 생리와 병태 생리, 급성췌장염, 만성췌장염, 자가면역 췌장염, 췌장의 외분비종양, 신경내분비 종양, 낭성종양, 췌장 손상 및 췌장이식 등 췌장 질환의 모든 부분을 기술했다.
정재복 교수를 비롯해 소화기내과, 간담췌외과, 이식외과, 영상의학과, 병리학과, 류마티스내과, 핵의학과 및 방사선종양학과 등 56명의 교수진이 저자로 참여했다. <췌장학>은 의과대학 학생과 전공의는 물론 소화기 분야를 전공으로 하는 전문의들에게 유용한 교과서다. 췌장과 관련한 많은 내용을 우리말로 정리해 이 분야에 관심 있는 일반인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정재복 교수는 <췌장학> 외에도 9권의 저서를 출간한 바 있으며, 제중원 시절부터 2017년까지 발표된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소화기내과 논문 목록집을 편집하는 데에도 기여했다.

일산병원 소화기내과의 발전과 동행하며

85~120g 무게에 15~20cm 길이의 작은 기관인 췌장은 다양한 소화효소와 호르몬을 분비하는 소화기 장기 중 하나다. 위 뒤편에 자리한 데다 장기 주변에 혈관과 림프관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종양 발생 시 전이 속도가 무척 빠르다는 난점이 있다. 이 때문에 췌장암에 걸리면 수술도 쉽지 않다. 전체 환자 중 불과 15%만이 수술적 치료를 할 수 있을 정도. 해부학적으로 접근이 쉽지 않은 데다 증상도 모호해 진단에 어려움이 컸다. CT와 MRI 등 검사장비가 발달한 지금도 여전히 인체에서 가장 접근하기 까다로운 장기 중 하나로 꼽힌다. 국내 췌장·담도 분야 발전의 전 과정과 함께해온 정재복 교수는 앞으로도 췌장·담도 문제를 겪는 환자들을 진료하며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소화기내과가 내실을 다지는 데 손을 보탤 계획이다.
“개인적으로 일산병원과 큰 인연이 있습니다. 연세의료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 협력병원이라 일산병원 개원 초기였던 2000년에 이곳에 파견 나와 2년간 근무하며 병원의 체계를 마련하는 과정에 함께했죠. 그래선지 일산병원에 오니 오히려 지난 16년간 연세의료원에 파견 근무를 하러 갔다 다시 돌아온 듯한 기분마저 듭니다.”
평생 국내 의학 발전을 위해 헌신해온 정재복 교수가 생각하는 의사의 자질은 다름 아닌 ‘성실’과 ‘정직’이다. 이러한 마음가짐은 환자 앞에서도 마찬가지다. 일산병원에서 의사 인생 2기를 시작하는 정재복 교수는 앞으로도 변함없는 진심으로 환자들을 만나려 한다. 풍부한 경험에서 오는 노련미와 새로운 출발선 앞에서 재정비한 청년과도 같은 열정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