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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쾌지수가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

어느새 우리의 곁으로 여름이 훌쩍 다가왔다. 무더위와 장마가 반복되는 계절이 되면서 별 거 아닌 작은 일에도 짜증이 나고 신경질이 나는 경험을 자주 하게 된다. 미국 시카고 대학의 기후학자 톰은 1957년, 날씨에 따라서 사람이 느끼는 불쾌감의 정도를 간단한 수식으로 표현하는 ‘불쾌지수’를 제안했다.

글. 이덕종 교수(정신건강의학과)

한국인, 불쾌지수 영향 더 많이 받는다

불쾌지수는 기온과 습도를 이용하여 계산되는데 [불쾌지수=1.8x기온–0.55x(1–습도)x(1.8x기온–26)+32]로 계산한다. 직접 계산을 하지 않더라도 요즘에는 검색만으로도 간단하게 오늘의 불쾌지수를 알 수 있다. 불쾌지수가 80이 넘어가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불쾌감을 느낀다고 알려져 있다. 불쾌감을 느끼는 것도 인종에 따른 차이가 있어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날씨에 따른 불쾌지수의 영향을 더 민감하게 느끼는 편이라고 한다.
날씨가 우리의 정신건강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들이 있어왔다. 기온이 과도하게 높아지는 경우 특히 사람들의 공격성이 증가하고, 충동적인 행동을 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 알려졌다. 또한, 습도가 높아질수록 집중력이 감퇴되고, 피로감을 더 높게 느끼게 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왜 기온과 습도가 올라가면 정신건강이 악영향을 받게 되고, 불쾌감이 상승하게 될까? 이에 대해 기온이 상승하면 체열을 발산하고 땀이 분비되게 되는데, 습도가 같이 상승하면 발한 기능이 떨어져 땀이 마르지 않으므로 불쾌감을 느끼게 된다는 이야기가 있다. 또 어떤 이들은 기온과 습도의 직접적인 영향 외에도 날씨 변화에 따른 사람들의 생활양식의 변화가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 지적하기도 한다. 덥고 습한 날씨가 지속되면 실외에서의 활동량이 줄게 되는데, 활동량과 운동량 저하가 정신건강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스스로 마음 다스리는 ‘마음 챙김’이 중요

몸과 마음은 매우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사람의 감정 흐름과 인지적 활동은 마음의 내적인 신호뿐 아니라, 몸에서 오는 신호에 의해서도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다. 이런 의미로 보았을 때, 온도와 습도의 변화에 따라서 우리의 감정과 생각이 영향을 받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심리학에서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개념 중에서 ‘마음 챙김’이라는 것이 있다. 마음 챙김은 현재 지금 이 순간, 마음에서 그리고 바깥 세상에서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지, 온화한 태도로 주의를 기울이는 것을 의미한다. 무더운 여름, 높아진 온도와 습도로 인하여 불쾌지수가 상승하더라도 우리가 스스로의 마음을 부드러운 태도로 챙기고 다독일 수 있는 힘을 잃지 않았으면 한다.
“왜 이렇게 덥고 난리야”라고 잔뜩 찌푸린 얼굴로 기분 나쁜 일들과 상처입은 일들을 떠올리며 화를 내지만 말고 깊은 호흡과 함께 지금 이 순간에 잠시 머물러보자. 날씨의 변화에 따라 우리 몸에 주어지는 자극의 변화, 주변의 풍경 변화, 사람들의 옷차림 변화를 온화하고 수용하는 태도로 인지해보자. 그리고 우리 마음 속에서 어떤 이야기들과 어떤 감정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살펴보고 잠시 성난 마음과 감정을 다독여보자. 어쩌면 높아진 불쾌지수 속에서 고개 숙이고 가려져 있던 우리의 행복한 감정, 배려하는 마음이 다시 우리 마음 속에서 번져가기 시작할지 모른다.

tip불쾌지수 대처법, 올바른 생활습관

여름철 높아진 불쾌지수에 적절하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생활습관의 노력이 필요하다.

의류
땀 배출과 흡수가 잘되고 통풍이 잘되는 소재의 옷을 입는 것이 좋으며, 지나치게 꽉 조이는 옷은 피하자. 옷과 피부 사이의 온도를 낮춰주는 기능성 소재의 옷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실내온도
온도(적정 실내 온도 26도)와 습도를 적절하게 유지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한 두 시간마다 창문을 열어 환기해준다.

수면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신체리듬을 잘 유지하는 것이 좋다. 좋은 수면을 위해 잠들기 전 따뜻한 물로 목욕하고, 저녁 에는 과음이나 야식을 피하자.

운동
만성적인 스트레스를 조절하기 위하여, 매일 30분 정도 시간 내 운동을 해보는 것도 도움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