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가기 주메뉴로 가기 카피라이트로 가기

FAQ

Q 환자가 새로운 투약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괜찮았습니다. 지금 환자가 죽어가는 것 같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A
말기 환자들의 상태는 계단식으로 변합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상태가 차차 악화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상태가 어느 시간동안 유지되다가 한 순간에 급격히 악화되는 식으로 변한다는 것입니다. 의학적으로 사람의 몸 안에는 ‘항상성’과 ‘보상 기전’이라고 해서, 일정한 상태를 유지하려는 보이지 않는 끊임없는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일정한 상태인 것 같아도, 사실 말기 환자들의 여력은 늘 조금씩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더 이상 버티기 어려워지면 겉으로도 그 변화가 보이게 되는데, 이전과 비교해서 크게 다르게 느껴지는 것이지요. 마치 얼음이 슬슬 녹고 있어도, 겉으로는 잘 나타나지 않아서 그 위를 건너다닐 수 있었는데, 어느 날 정말 얼음이 얇아져서 이제는 그 아래로 빠지는 상황과도 흡사합니다.

의료진들은 검사를 통해서 든가, 수많은 다른 환자들을 보아 온 경험과 예감으로 이러한 변화를 조금 더 일찍 감지하여 투약을 변경하게 됩니다. 그런데 가족들은 새로운 약이 들어가는 것을 먼저 보고, 나중에 환자 상태가 악화되는 것을 보게 되므로, 보통 새로운 투약을 원망하게 됩니다. 이러한 일을 막기 위해서는 말기 환자에 대한 이해와, 가족들과 의료진간의 원활한 의사소통이 필수적입니다.

말기 환자들은 생명을 위협하는 위중한 병을 치료되지 않은 상태로 신체 내에 가지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치료가 되지 않은 치명적인 병들은 시일이 지나면서 점점 커지고 공격적이 되어 정상적인 삶을 불가능하게 하지요. 환자가 좋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은 가족들뿐 아니라, 어느 의료인이라도 환자를 좋아지게 할 수만 있다면 가능한 방법은 다 취했을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의 예외는 모르핀과 같이 강한 마약성 진통제의 양을 늘렸을 경우입니다. 마약성 진통제의 부작용으로 졸림이 심한 경우에 곁의 분들이 환자가 많이 안 좋아지는 것으로 잘못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일시적인 현상으로, 수일 지나면 모르핀 부작용에 내성이 생겨서 곧 회복하게 됩니다.

어느 경우이건 간에 담당 의료진은 중요한 투약 계획을 가족들에게 설명하고 동의를 구할 것입니다. 환자를 주로 곁에서 돌보는 보호자에게 이러한 설명이 이루어지는 것이 보통이므로, 가끔 오게 되는 가족들은 환자 상태와 치료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여서 오해가 일어나기도 합니다. 의료진들과 가족 간의 반복적인 대화로 말기 환자와 가족 간의 소중한 시간이 오해와 갈등으로 소진되는 일을 피할 수 있습니다.
Q 환자가 앞으로 수 시간이나 수일밖에 살지 못할 거라고 의사가 말합니다. 저는 혼자 환자 곁에 있는데, 가족들을 다 오라고 해야 하나요?
A
삶의 마지막은 떠나는 사람과 남아있는 사람들이 각별한 정과 인사를 나누는 소중한 시기입니다. 환자가 보고 싶어 하고, 찾는 사람은 특히 곁에 와 주는 것이 좋습니다. 삶의 마지막에 이르면 주위 사람들에 대한 염려와 위하는 마음이 커진다고 합니다. 세상을 떠나기 전에 환자가 주위 가족과 친지들에게 못다 한 말을 하거나 당부를 남길 기회를 줄 필요가 있습니다. 되도록 환자의 의식이 명료할 때에 이러한 일들은 이루어져야 하겠지요.

이 세상에서의 시간이 정말 얼마 남지 않았을 때라면 보통 환자들은 혼수 -깊은 잠에 빠져 깨워도 눈을 뜨지 못하는- 상태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을 지키는 일은 남다른 의미를 갖습니다.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떠나는 환자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지켜보아 주는 일은 환자에게 안정을 줄 수 있습니다. 남아 있는 사람들은 큰 슬픔에 잠기지만, 삶에서 무엇이 중요한 것인가를 되새기는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사별은 삶에서 사람이 겪을 수 있는 가장 큰 스트레스입니다. 사별과 장례로 이어지는 과정들은 혼자 견디기에 정신적으로나 체력적으로 무리가 되므로, 도와 줄 가족이나 친척이 필요합니다. 임종을 곁에서 지키기를 원하지 않는 가족이나 친지는 부르지 않아도 되겠지요.

여명 예측은 호스피스 완화의료에서도 대단히 복잡하고 미묘한 분야입니다. 환자를 갑자기 보게 된 의사보다는 계속 보아 온 의사가 환자 상태의 큰 변화를 감지할 수 있고, 그 시기에 예측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의사들의 예측도 빗나갈 여지는 있지만, 그래도 근접하게 안내를 해 줄 수는 있지요. 임종을 가족들이 같이 지키기 위해서는, 환자의 변화를 보아가면서 가족들을 부를 시기를 결정하게 됩니다. 병원에 입원한 경우에는 호스피스 의료진이 가족들에게 연락을 취할 때를 알려 줄 것입니다.

집에서 말기 환자를 돌보고 있는 경우라면, 의식변화 - 점점 깊은 잠에 빠져들어서 깨어나지 못하는-, 숨을 멈추었다가 몰아쉬는 등 호흡변화, 피부색이 창백해지고 손 발끝이 청색, 보라색으로 되는 색조의 변화가 시작하는 때에 가족들을 부르는 것이 좋습니다. 멀리 떨어진 가족, 친지가 오는 사이에 환자가 숨을 거둘까 염려된다면, 미리부터 환자의 상태가 무언가 변화했다- 예를 들어 부쩍 허약해졌다든가, 음식을 잘 먹지 못한다든가, 밤과 낮이 뒤바뀐다든가 등-고 느낄 때 호스피스 의료진에게 자문을 구하는 것이 좋습니다.
Q 의식이 없는 환자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나요? 잠을 자고 있는지 무의식인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A
말기에 이르면 많은 환자들이 의식이 흐려지면서 무의식 상태로 접어듭니다. 이때 환자의 외관은 고요히 잠을 자고 있는 모습처럼 보입니다. 잠을 자고 있는 사람이라면 큰 소리로 깨우거나, 흔들면 일어납니다. 그렇지만 무의식인 사람은 어떤 큰 자극에도 -심지어 아프게 꼬집어도- 반응할 줄 모릅니다. 수면과 무의식의 차이는 이렇게 구별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분명히 혼수상태라고 의료진이 단정 지었는데 환자가 어쩐지 가족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 같다는 이야기들을 종종 하십니다. 남을 가족들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하던 환자가 있었는데, 가족들이 각각의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면서 괜찮다고 이야기해주었더니 환자의 감은 눈에서 눈물이 흐르더라는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지요. 사실 듣기란 매우 강한 기능이라서, 잠에 든 듯 보이는 환자에게서도 듣는 기능이 조금 남아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인류의 선조를 생각해 보면, 해가 진후에 시력은 별 도움이 안 됐을 것이고, 어두움 속에서 적을 구별하기 위해서 기척과 소리에 민감한 능력이 발달했을 것 같습니다.

여기에서 살펴보아야 할 것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깊은 잠에 빠져 있는 환자에게 무엇을 어떻게 해 주어야 할 지 모르는 가족들의 고민입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해서 먼 곳에서, 혹은 직업을 그만 두어 가면서 소중한 가족의 곁을 지키기 위해 왔는데 무의식 상태라니 어떻게 하면 좋으냐는 질문을 종종 만납니다. 호스피스 자원봉사자 분들도 비슷한 문제에 곧잘 부딪히게 되지요. 경험 많은 호스피스 전문가들은 이럴 때에 ‘내가 환자였다면..’하고 생각해보라고 합니다.

누구나 병상에 가만히 누워만 있다 보면 밖의 일이 궁금할 것입니다. 오늘 날씨가 어땠고, 뉴스거리는 뭐가 있었고, 나의 생활엔 이런저런 변화가 있다는 등의 이야기를 하다 보면, 비록 일방적일지라도, 무의식적으로 환자를 위하는 진심이 전해질 겁니다. 호스피스 완화의학 교과서에도 ‘무의식인 환자를 대하는 좋은 방법은 마치 환자가 의식이 있는 상태인 것처럼 대하는 것이다’라고 나와 있지요. 평상시와 다름없이 환자 손을 잡아 주고, 환자의 등도 두드려주면서 혹시나 환자에게 못다 한 말은 없는지 생각해 보면 좋을 것입니다. 물론 더 좋은 것은 환자가 의식이 깨끗할 때 서로 다 하지 못한 말이나 감정이 남지 않도록 대화를 주고받는 것이겠지요.
Q 임종이 가까운 가족 곁에 아이들을 두어도 될까요?
A
우리나라 정서에는 죽음을 터부시하고 기피하는 경향이 아직 강한 것 같습니다. 장성한 자녀들은 당연히 부모의 임종을 지켜야 하고, 마지막을 지키지 못했을 때는 큰 불효라고 생각을 하지요. 문제는 어린 아이들과 청소년입니다.

의과대학생들 (평균 나이 24세) 50여명에게 물어보았더니 모두 조부모 등 친지들이 임종하였지만, 직접 지켜 본 경우는 한 명도 없었습니다. 제가 돌보았던 말기 환자 중 비교적 어린 자녀를 둔 분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30대, 40대의 환자 분들은 자녀가 유치원생부터 중학생 정도 연령이니까요.

그런데 병실에 환자 분 자녀가 와 있는 것을 보는 일은 흔합니다만, 환자의 임종이 가까워지면 어린 자녀들은 볼 수가 없습니다. 가족들에게 아이들은 안 데리고 오셨냐고 하면. ‘무슨 좋은 일이라고..’하고 고개를 흔드시는 분이 대부분입니다. 자녀들의 입장에서 보면 부모를 일찍 잃은 것이 큰 충격인데, 임종 가까이의 부모 기억이 없다는 것도 혼란을 더하는 일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자녀를 키워 본 분은 아시겠지만, 너무 어린 나이에는 죽음이 무엇인지도 잘 분간하지 못하지요. 죽음에 대해 이해할 수 없는 나이의 아이에게는, 죽음의 순간에 가족 곁에 있느냐 없느냐가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유치원 다닐 나이(6-7세)가 되면 어렴풋이 죽음에 대해 ‘다시 볼 수 없다는 두려움과 매우 큰 슬픔’이라는 감을 가집니다.

죽음이란 이 세상과의 영원한 이별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는 아이들과 청소년은 가족, 친척이 임종하는 순간에 그 자리에 같이 할 것 인지 아닌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과 청소년에게 이것을 결정하도록 기회를 주는 것은 매우 가치 있는 일이 됩니다. 어린 아이들에게는 평소에 가을의 낙엽이나, 집안에서 기르던 애완동물의 죽음 등을 통해 죽음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는 것을 가르치는 것이 좋습니다.
도움이 될 만한 동화책으로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이별” (노마 사이먼 저, 동산사) 이 있습니다.

임종 당시에 가족의 곁에 있는가, 없는가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있습니다. 그것은 아프고, 죽음을 앞둔 가족들에게 아이들 자신이 무언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느낌을 갖도록 하는 일입니다. 아이들은 아픈 가족을 위해 그림을 옆에서 그려주거나, 그린 그림을 친지들이 병원으로 전달해 줄 수도 있습니다. 글을 아는 아이라면 편지나 카드를 쓸 수 있겠지요. ‘엄마가 아프니, 네가 동생을 잘 돌보아 주렴’ ‘아빠가 아프셔서 엄마가 바쁘단다. 네 방 청소는 네가 한다면 엄마가 쉴 수 있겠구나.’ 하는 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내용도 좋습니다. 죽음에 대한 궁금증을 언제든지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중요합니다.

아무리 어린 아이라고 해도, 죽은 가족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의문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럴 때마다 나이에 따른 적당한 비유를 해 주면서 어른이 아이와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습니다. 사별한 가족에 대한 슬픔이 너무 커서, 가족 안에서 고인을 이야기하는 것이 금기시되다시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남은 가족들이 슬픔과 후회의 감정을 터놓고 대화를 하며 서로 위로할 때 마음의 병으로 가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Q 진통제나 수면제가 임종 과정을 빨리 앞당기나요?
A
호스피스 완화의료에서 마약성 진통제와 수면제는 빈번히 쓰이는 약물입니다. 말기 암으로 인한 통증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이기 때문에 강한 진통제를 사용하게 됩니다. 통증 혹은 불안 때문에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하는 말기 환자분도 많습니다. 수면을 충분히 취하지 못하면 다음 날 기분이 편치 못함은 물론 통증, 구토 등 증상도 악화되기 마련입니다. 수면제는 숨 참, 통증, 안절부절 함 등이, 해당 약물을 모두 써도 가라앉지 않을 때 가장 마지막으로 선택하는 약물이기도 합니다. 호스피스를 받는 환자분들은 해결되지 못한 위중한 질환을 갖고 있는 분들입니다. 그러한 질환이 계속 신체 안에서는 진행되어 가고 있기 때문에, 통증이나 불면, 혼란 등을 겪기 쉽습니다.

진통제나 수면제가 임종을 앞당긴다는 오해는 다음의 사실에서 비롯된 것으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진통제나 수면제를 썼을 때 환자들이 졸려 하고, 기운 없어하는 부작용을 겪습니다. 이러한 부작용을 보고, 빨리 임종의 길로 들어선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있겠습니다. 확실히 마약성 진통제나 수면제를 사용하면 다음 날 졸려 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수 일 지나면 부작용에 적응이 됩니다. 며칠이 지나도 졸음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혼수상태로 이어진다면 기존 질환이 진행하여 악화된 것입니다. 이는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속담처럼 인과관계가 없는 일입니다. 가족과 주위 분들은 ‘얼마 전까지 대화도 잘 하던 분이 주사약을 맞고 나서 이렇게 되었다’고 오해하거나 의료진을 원망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완화의학 의료진들은 수면제와 진통제의 부작용과 과용상태에 대해 충분히 숙지하고 있고, 이에 대비하여 환자를 주의 깊게 관찰합니다. 또한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에 대비하여 환자를 깨울 만한 약물도 늘 준비하고 있습니다. 환자의 호흡수가 매우 느려지거나, 규칙적이기는 하지만 아주 깊은 (한숨 쉬듯이) 호흡을 보인다면 의료진은 진통제나 수면제의 과량투여를 의심하고, 즉각 용량을 줄이는 조치를 취할 것입니다. 또한 환자의 동공(눈동자의 검은 부분)이 바늘 크기만큼 줄어들어도, 역시 마약성 진통제의 양을 줄이는 조치가 취해집니다. 환자의 호흡이나 동공이 진통제나 수면제의 과용 상태를 보이지 않고, 진통제에 반하여 깨우는 약물에도 반응을 하지 않는다면, 기존 질환으로 상태가 악화된 것이 맞습니다.

한편 통증이나 기타 괴로운 증상들이 진통제나 수면제를 써도 조절이 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한 경우는 환자 분의 수명이 거의 다 하여, 마지막 직전에 이르렀을 때 증상이 극심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진통제와 수면제를 충분히 써서, 거의 환자를 잠재우다시피 해야만 하는 경우입니다 (완화적 진정). 이럴 때에는 약물을 사용한 지 수 일안에 환자가 임종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역시 오비이락으로 진통제와 수면제가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완화적 진정 전에 환자 상태에 대한 설명과 충분한 이해가 의료진과 가족 사이에 오고 간다면, 그러한 오해를 방지할 수 있습니다.
Q 환자가 음식을 삼키지 못할 때, 약은 어떻게 줄 수 있습니까?
A
말기 환자분들은 대개 식욕부진을 겪습니다. 병이 진행하면서 입맛을 없애는 호르몬 같은 것을 분비해서 그렇기도 하고, 병 자체의 합병증 (복수, 장 마비)으로 인해서 그렇기도 합니다. 음식물 섭취가 감소하다 못해 삼키는 것 자체가 힘들어질 때가옵니다. 이럴 때 가족 분들은 환자에게 필요한 약을 어떻게 줄 수 있는지 염려하게 됩니다.

병원에 입원한 경우라면 약물은 주사약으로 혈관으로 투여 합니다 (정맥주사). 입원하지 않고 집에 있더라도 방문 간호사가 오는 경우에는 정맥주사가 가능합니다. 혈관이 잘 나오지 않아서 정맥주사가 어려워지면 피하주사라고 해서 가느다란 나비바늘을 피부 아래에 꽂아 약물을 주입하는 방법도 흔히 쓰입니다. 입원한 환자들은 중심정맥삽관술이라고 해서, 쇄골 아래에 지나가는 큰 정맥에 가는 관을 삽입하면 한 달 정도 무난히 약물이나 영양제 등이 투여 가능합니다. 이 방법은 간단한 피부마취 후에 입원 병실에서 이루어지는 술기입니다.

의료진이 올 수 없는 시설이나, 집에서 기거하는 말기 환자분들에게는 두 가지의 약물 투여 방법이 있습니다. 병원에서 진통제 패치를 처방받아서, 파스처럼 피부에 붙이는 것입니다. 한 번 패치를 붙이면 약 3일 동안 약물이 체내에 전달됩니다. 다른 방법은 직장 투여인데,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쓰이지는 않습니다. 어린 아이들이 열이 나서 울고 보채고, 약을 잘 먹지 않을 때, 해열제를 항문으로 넣는 것과 같은 방법입니다. 이 방법도 체내에 약물 흡수가 잘 되어 선진국에서는 널리 쓰입니다.

말기 환자분들이 물도 삼키지 못하는 경우라도, 호스피스 완화의학 의료진들은 다양하고 섬세한 방법으로 환자분을 도울 것입니다. 단지 이렇게 삼키지 못하는 현상이 나타나면, 환자분의 수명은 매우 짧게 남았다는 것(약 1달 이내)을 의미하므로, 마음의 준비를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Q 사람이 이미 숨을 거두었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습니까?
A
말기 환자를 집에서 돌보는 데 어려움 중의 하나가 임종 상태를 판단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말도 잘 하고, 의식도 깨끗이 깨어 있다가 갑자기 임종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임종이 가까워지면 보통 혼수상태로 진행해서, 깊은 잠을 자는 듯이 보입니다. 음식물 섭취도 거의 하지 않고, 숨 쉬는 모습이 불규칙해지면서 손발이 차갑고 회색이나 보라색으로 변하기도 합니다. 이 상태에서 임종으로 진행하는 기간은 사람마다 차이가 있어서 평균 이틀이지만, 2주가량 걸리기도 합니다.

말기 환자가 집에 있는 경우, 뚜렷한 사망 징후를 확인할 줄 몰라서, 밤에 자는 동안 환자가 임종할까봐 불안해서 교대로 밤을 새우는 가족도 있습니다. 환자가 임종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가장 먼저 호흡을 확인합니다. 코 밑에 손을 가까이 가져가서 공기의 흐름을 느끼는데, 말기 환자들은 호흡이 불규칙하여 무호흡이 수 십초 간 진행되기도 하므로, 수 분 동안 기다려봅니다. 호흡이 멎은 상태로 판단되면 다음에는 맥박을 확인합니다. 의사는 청진기로 심장 박동을 확인하거나, 심전도로 심장의 움직임을 살핍니다. 가족들은 환자의 손목 -엄지손가락 쪽 부위 -에서 맥이 뛰지 않음을 체크할 수 있습니다. 손목보다 더 크게 맥이 뛰는 곳은 목 부위입니다. 목의 가운데 딱딱한 부위에서 손가락 두 마디쯤 내려온 곳에서 손가락 한 두 마디 바깥 방향에 경동맥이라는 큰 동맥이 존재합니다. 이곳은 간호사들이 환자의 임종을 확인하기 위해 맥박을 재는 부위입니다. 여기에 손가락을 대고 수 십초 간 맥이 뛰지 않음을 느낀다면 임종한 것입니다. 눈꺼풀을 들어 올려보면, 검은 눈동자가 평소보다 커져 있고, 전혀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게 됩니다. 손과 발끝은 혈액이 순환되지 않아서 차갑고, 회색조를 띠게 되는데, 사망시간이 지날수록 이 변화는 점점 진행합니다. 가까운 가족들은 혼수상태의 환자라도, 세상을 떠나기 직전에 환자로부터 무엇인가를 감지한다고도 합니다. 얼굴빛이 순간 틀리게 보였다거나, 고개에서 힘이 빠진다거나 하는 것입니다.

병원에 입원한 환자라면, 의료진이 심박 수와 혈압을 자주 재면서 임종이 임박하였음을 알려 줄 것입니다. 몇 몇 예외를 제외하고는 임종 이틀 전에는 예측이 가능하여, 가족들을 모이라고 하는 등 준비를 하게 됩니다. 호스피스 의료진은 죽음이 가까운 징후를 식별해서, 단계적으로 마음의 준비를 하도록 도와드리고, 임종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내려드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