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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H 진료실 ③

우리아이,
‘잘’ 크고 있는 걸까?

부모가 되고 나니 내 아이에게 가장 바라는 것이 있다면 잘 자고 잘 먹고 잘 커 주는 것이다. 가장 기본적인 것이지만, 가장 어려운 것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부모는 늘 아이의 영양 상태에 대해, 발달 상태에 대해 궁금하고 또 걱정이 많아진다.

글. 소아청소년과 정희정 교수

Q. 또래 애들은 다 걸어 다니던데, 우리 아이 발달지연인가요?

태어나면서부터 아이의 뇌는 일정한 순서로 발달하게 되는데, 이에 맞춰 운동, 언어, 정서 및 사회성, 인지, 자조 등 여러 분야에 걸쳐 기능을 획득해 가는 것을 ‘발달’이라고 한다.
발달지연이란 아이가 정신적, 사회적, 기능적으로 독립성을 찾아가는 일련의 발달 과정에서 어떤 이유에서든 발달이 또래보다 늦어진 경우를 말한다. 발달은 출생 후 계속 진행되어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어느 한 시기에 정상이라고 해서 다음에도 계속 정상이라는 것을 보장할 수 없다. 예를 들어 돌 때 잘 걸었다고 해서 두 돌 때 말도 잘 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이렇기 때문에 아이의 발달은 정기적으로 추적관찰 해야 한다.
발달이 늦는 경우는 매우 다양한데, 선천성 및 후천성 뇌질환, 경련성 뇌질환, 뇌성마비, 지적장애 자폐스펙트럼장애,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근육병, 말초신경질환 등이 있으며, 신경발달질환의 원인은 선천성 및 후천성 뇌질환, 경련성 뇌질환, 대사이상, 염색체이상, 유전 및 환경적 요인 등이 있다. 또는 아이의 성격이 매우 신중하고 겁이 많아 걷기 등이 늦을 수도 있다. 운동발달은 정상인데 언어만 느린 아이들도 있는데, 이는 환경적으로 언어 자극이 부족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발달이 또래 평균보다는 늦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또래와 비슷한 수준으로 맞춰가는 단순한 지연일 경우 시간이 지나면서 정상범위에 들어가기 때문에 부모들은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막연히 또래와 비교할 것이 아니라, 발달선별검사를 통해 동년배 전체 아이들을 100%로 봤을 때 하위 10%~상위 90%를 정상범위로 보고 하위 3% 미만일 경우를 심각한 발달지연으로, 3~10%를 경계선 발달로 진단한다. 발달지연은 신체 특정 부위의 발달뿐 아니라 청각, 시각시력과 같은 감각기능의 지연 등 전반적인 부분을 평가하여 진단해야 한다. 심각한 발달지연에 해당하면 빠르고 확실한 진단과 함께 치료적 개입이 필요하다.

Q. 잠이 보약, 맞는 말일까?

‘잘 잔다’라는 것은 비렘(non-Rem)수면과 렘수면으로 이뤄진 사이클이 끊어지지 않고 충분한 시간 동안 유지되는 것을 말한다. ‘수면’은 아이의 성장에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소아청소년기의 숙면은 성장, 발달, 정서적 건강, 면역력 유지 등에 큰 도움이 된다. 보통 사람이 잠을 자면 대부분의 기능이 멈추고 몸이 휴식을 취한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 수면 중에 몸의 신경세포들은 고도의 상호작용을 하며 여러 가지 일을 수행한다.
먼저 수면 초반 깊은 수면으로 들어가면 성장 호르몬이 최대로 방출된다. 때문에 성장기에 있는 아이들의 성장 호르몬 농도는 수면 중 최대치까지 오르게 된다. 아이가 충분히 깊은 수면을 취하지 못하면 성장 호르몬이 조금씩 분비돼 최고 농도에 이르지 못하게 되고 결국 효과적인 성장 자극이 일어나지 않게 된다.

우유가 성조숙증을 유발한다고요?

성장의 대명사, 완전식품으로 평가받던 우유의 명성이 예전 같지 않다. 우유가 성조숙증을 유발한다는 이유로, 어릴 때부터 우유나 계란 등을 제한하는 부모도 적지 않다. 과연 사실일까.
성조숙증은 가슴 발달과 고환 발달의 시작이 여자아이의 경우 만 8세 이전, 남자아이의 경우 만 9세 이전에 시작하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가슴 발달이 3학년 이전, 고환 발달이 4학년 이전이면 의심할 수 있는 질환이다. 단기적 관점에서 성조숙증은 초경 시기와 키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초기에는 성호르몬의 영향으로 키가 훌쩍 클 수 있지만, 이후 성장판이 닫히는 시점을 앞당겨 최종 신장을 작아지게 할 수 있다. 또 장기적으로는 유방암, 불임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성조숙증은 어머니의 초경 시기, 아버지의 급성장 시기, 사춘기가 빠른 가족력 등이 요인이 될 수 있으며, 비만도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우유가 성조숙증을 야기할 수 있다는 말도 여기서 나온 것이다. 우리나라 어린이들의 우유 섭취량은 하루 한 잔~반 잔 정도로, 서양인에 비해 매우 적어 성조숙증의 원인인 비만 위험인자로 보기 어렵다.
성조숙증은 한 가지 원인으로 발생하는 질환이 아니므로 특정 음식을 제한한다고 예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 운동을 많이 한다고 해서 사춘기 시점을 늦출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아이의 성장 시기에 충분한 영양을 골고루 공급하고, 환경 호르몬 노출을 줄이며, 비만이 되지 않도록 유의하는 것이 성조숙증을 예방하는 길이다. 다만 사춘기가 빠른 가족력이 있는 경우 주의를 기울여 늦지 않게 진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대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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