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경기도 소아응급 책임의료기관의 역할
일산병원 소아응급의료체계
일산병원은 경기도 소아응급 책임의료기관으로 지정된 병원이다. 단순히 소아 환자를 진료하는 병원이라는 의미를 넘어, 소아청소년과와 응급의학과 인력 부족으로 위기에 놓인 지역소아응급의료체계를 떠받치는 핵심 거점으로서 역할을 맡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경기 북부지역에서 소아응급 진료를 24시간 책임질 수 있는 병원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일산병원은 보험자 직영병원으로서 필수의료의 공백을 메우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글 편집실 사진 윤선우
최근 소아응급의료에서 가장 큰 문제는 인력 부족과 배후 진료과의 공백이다. 소아청소년과를 지원하는 전공의가 줄고 응급의학과 인력난이 겹치면서, 많은 의료기관이 소아응급진료를 축소하거나 아예 중단하고 있다. 그 결과 응급 상황에 놓인 아이들이 갈 수 있는 병원은 점점 줄어들고 있으며, 한 병원에 환자가 집중되는 구조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일산병원도 이러한 현실에 놓여 있다. 중환자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도 병실이나 전문의가 부족해 전원이 필요한 상황이 발생하며, 전원 과정에서 의료진의 부담은 상당하다. 그럼에도 병원은 소아응급 책임의료기관으로서 진료를 포기하지 않고, 가능한 범위 내에서 환자를 수용하며 지역의 버팀목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
운영체계 측면에서 가장 큰 변화는 전문의 중심의 24시간 소아응급 진료체계 구축이다. 2025년 4월부터 일산병원은 주간 전담의와 야간·휴일 전담의를 구분하는 운영 방식을 도입해,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365일 24시간 소아응급실 진료를 담당하고 있다.
이는 여러 단계를 거쳐 진료가 이뤄지던 과거 방식과 달리, 환아가 도착하는 순간부터 전문의가 직접 진료를 책임지는 구조다. 그 결과 진료 대기 시간이 단축되고, 진단과 처치의 정확도 역시 높아졌다.
병원 간 협력과 전원 체계는 아직 완전히 정착된 단계는 아니다. 다만 중앙 및 경기 응급의료지원센터를 통한 전원 지원 시스템이 점차 자리 잡으면서, 의료진이 개별적으로 병원을 수소문하던 부담은 일부 완화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응급환자 진료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일산병원의 소아응급 책임의료기관 운영은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위한 사업이 아니라, 필수의료를 지키기 위한 장기적인 사회적 역할에 가깝다. 병원은 앞으로도 지역 내 소아응급의료의 최후 보루로서, 아이들이 언제든 치료받을 수 있는 응급의료 환경을 유지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아이들이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
응급실을 지키고 싶습니다
소아청소년과 윤봉식 교수
소아응급실은 하루도, 단 한 시간도 비워둘 수 없는 공간입니다. 아이들의 응급 상황은 예고 없이 찾아오고, 그 순간 병원의 문이 열려 있느냐 닫혀 있느냐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소아응급 진료는 선택이 아닌, 반드시 유지해야 하는 필수의료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소아응급의료 현장은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 감소와 응급의학과 인력 부족이 동시에 발생하면서, 많은 의료기관이 소아응급 진료를 축소하거나 중단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지역 내에서 응급 상황에 처한 아이들이 갈 수 있는 병원은 점점 줄어들고 있으며, 일부 병원에 환자가 집중되는 구조적인 문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소아응급 책임의료기관의 역할은 더욱 무거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일산병원 소아응급실은 현재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와 소아응급 세부전문의가 순환근무를 하며 24시간 365일 진료 공백 없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를 유지하기 위해 의료진은 휴가나 학회 참석 일정을 최소화하고, 서로 근무를 조율하며 현장을 지키고 있습니다. 결코 쉽지 않은 구조이지만, 아이들이 치료받지 못해 병원을 전전하는 상황만은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소아응급 진료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원칙은 ‘처음부터 전문의가 책임지는 진료’입니다. 환아가 응급실에 도착하면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곧바로 진료를 시작하고, 경증과 중증을 빠르게 구분해 처치, 입원, 전원 여부를 결정합니다. 이 과정에서 진료 시간은 단축되고, 보호자분들께서도 더욱 명확한 설명을 들으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응급실에서는 보호자와 소통하는 일도 매우 중요합니다. 아이 스스로 증상을 설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보호자분들이 알려주는 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고, 짧은 시간안에 필요한 정보를 정확히 얻어야 합니다. 가능한 한 의학용어보다는 일상적인 표현으로 설명해드리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급한 상황이 정리된 이후에는 진단 결과와 치료 방향, 향후 외래나 입원 계획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최근 소아응급실을 찾는 환자들의 양상에도 변화가 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마스크 착용과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호흡기감염 환자가 증가했고, 외부 활동이 늘어나면서 외상 환자도 함께 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감염 환자와 일반 환자, 외상 환자의 동선을 최대한 구분하고, 격리실과 음압실을 활용해 감염 확산을 최소화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공간과 인력의 한계는 있지만, 아이들이 더욱 안전한 환경에서 진료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아픈 아이들이 없어 소아응급실이 한가해졌으면 하는 마음이 가장 큽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소아응급실은 언제나 필요합니다. 소아응급 책임의사로서 제 역할은, 아이들이 응급 상황에서 병원을 찾았을 때 ‘갈 곳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불안해하지 않도록 응급실을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경기 북부를 넘어 경기도 전체, 나아가 전국 어디서든 믿고 찾을 수 있는 소아응급 의료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도록 책임감을 가지고 현장을 지켜나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