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불안증후군과
파킨슨병의 연관성 연구
국내 대규모 코호트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하지불안증후군(RLS) 환자는 일반 대조군에 비해 파킨슨병 발생 위험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도파민 작용제 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군에서 파킨슨병 발생률이 가장 높게 나타나, 두 질환 사이에 도파민 경로 외에 복합적인 생물학적 기전이 존재할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이번 연구는 RLS가 파킨슨병의 간접적 위험 요인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며, 향후 정밀한 기전 파악을 위한 중요한 근거를 제시했다.
정리 재활의학과 방면환 교수
하지불안증후군(Restless Leg Syndrome, RLS)은 다리를 가만히 두기 어려울 만큼 불편한 감각이 특징인 질환이다. 휴식하거나 잠자리에 누우면 증상이 심해지고 움직이면 완화되는 특성이 있다. 반면 파킨슨병(Parkinson Disease, PD)은 대표적인 신경 퇴행성 질환으로, 고령화가 진행됨에 따라 발생률이 꾸준히 증가하고 사회적 부담도 커지고 있다. 두 질환 모두 도파민 관련 약물을 치료에 활용한다는 점에서 오래전부터 상호 연관성이 제기돼왔지만, RLS가 파킨슨병의 초기증상인지, 혹은 독립적인 위험 요인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결론이 없었다.
이 연구는 이러한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한국국민건강보험공단 표본코호트(2002~2019년)를 이용해 RLS 환자 약 1만 명과 이에 매칭된 대조군 1만 명을 비교 분석했다. RLS는 ICD-10 코드(G25.8)가 2회 이상 기록된 경우로 정의했고, 파킨슨병은 G20 코드 또는 희귀난치성질환 등록 코드(V124)를 기준으로 확인했다.
도파민 작용제(DA) 처방이
RLS 환자의 파킨슨병 발생에 미치는 영향
연구진은 먼저 RLS가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을 비교했을때 파킨슨병 발생 위험이 달라지는지 확인했다. 그 결과, RLS 환자에게서 파킨슨병이 발생한 비율은 1.6%로, 대조군(1.0%)보다 높았다. 또한 파킨슨병이 진단되기까지의 평균 기간을 비교한 결과, RLS 환자는 대조군보다 약간 더 이른 시점에 파킨슨병이 진단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는 RLS가 파킨슨병의 간접적인 위험 요인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RLS 환자 중에서도 도파민 작용제(Dopamine Agonist, DA) 치료 여부에 따라 결과가 매우 달랐다는 점은 특히 흥미롭다. 연구에서는 프라미펙솔, 로피니롤 등 DA 약물을 두 번 이상 처방받은 환자를 ‘DA 치료군’으로, 그렇지 않은 환자를 ‘DA 비치료군’으로 분류했다. 분석 결과 RLS 환자 중 DA 비치료군은 파킨슨병 발생률이 2.1%로 가장 높았고, 반대로 DA 치료군은 0.5%로 오히려 대조군보다 낮았다. 이 차이는 단순 통계적 수치를 넘어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로 해석될 수 있다.
도파민 너머의 연결고리,
노르아드레날린·수면·철분 대사
이러한 결과는 하지불안증후군과 파킨슨병의 관계가 단순히 도파민 부족이라는 하나의 경로로만 설명될 수 없다는 점을 시사하며, 다음과 같은 가능성을 제기한다.
노르아드레날린 신경계 이상
뇌간의 청색반점(locus coeruleus) 기능 이상이 두 질환 모두에서 발견되며, 이는 도파민 이외의 신경전달체계가 관여할 수 있음을 제안한다.
수면장애의 영향
RLS 환자는 수면의 질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은데, 수면장애는 뇌의 노폐물(예: 알파-시누클레인) 제거를 방해하고 파킨슨병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철분 대사(iron metabolism)의 역할
철은 도파민 생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RLS와 파킨슨병 모두에서 철분 대사이상이 관찰되는 경우가 있다.
DA 치료군에서 파킨슨병 위험이 낮게 나타난 이유에 대해 연구진은 두 가지 해석을 제시한다. 첫째, DA 치료군은 원발성 RLS 환자로, 실제로 파킨슨병과 병태생리적으로 거리가 있는 집단일 수 있다. 둘째, 비치료군에는 빈혈, 신장질환, 신경병증 등 다른 기저질환으로 인해 나타나는 ‘2차성 RLS’가 포함되었을 가능성이 높아 파킨슨병 위험이 상대적으로 증가했을 수 있다.
하지불안증후군과 파킨슨병의 연관성 입증
이 연구는 국내 대규모 일반 인구를 대상으로 하지불안증후군과 파킨슨병의 연관성을 분석한 최초의 연구 중 하나이다. 이전 연구들이 주로 남성 중심이었던 것과 달리 여성도 충분히 포함해 일반 인구 집단을 대표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다만 ICD-10 기반 진단이라는 한계로 인해 일부 오진 가능성이 있고, 관찰연구의 특성상 인과관계를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은 연구의 제한점으로 남는다.
결론적으로, 이번 연구는 하지불안증후군이 파킨슨병 발생 위험과 관련이 있으며, 특히 도파민 작용제를 사용하지 않는 RLS 환자에게서 위험이 더 크게 나타난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는 두 질환 사이에 도파민 경로 외에 다른 생물학적 연결고리가 존재할 가능성을 뒷받침하며, 향후 더욱 정밀한 기전 연구와 장기 추적연구의 필요성을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