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어버린 몸의 기둥
정확한 진단과 따뜻한 기술로
다시 세우다
우리 몸을 지탱하는 기둥인 척추는 단순히 뼈들의 집합이 아니다. 정면에서 보았을 때 반듯한 일자, 옆에서 보았을 때 완만한 S자 곡선을 그리는 이 정교한 구조물은 우리가 숨을 쉬고, 걷고, 일상을 영위하는 모든 움직임의 근간이 된다. 하지만 세월의 무게나 예기치 못한 유전적 요인으로 이 기둥이 무너지면 환자들의 삶은 송두리째 흔들리곤 한다. 정형외과 김형복 교수는 척추 변형을 단순한 ‘자세의 문제’나 ‘외형의 변화’로만 보지 않는다. 환자가 내쉬는 숨소리 하나, 걷는 걸음걸이 하나에 담긴 고통을 읽어내며, 첨단기술과 따뜻한 인술을 결합해 무너진 기둥을 다시 세우고 있다.
정리 편집실 사진 윤선우
정형외과 김형복 교수
진료 분야
척추내시경 및 최소 침습 수술, 골다공증 및 관련 골절, 디스크 질환, 척추협착증,
척추 전방 전위증 포함 척추 변형 질환, 척추종양
진료 시간
월: 오전 목: 오전, 오후
척추 변형 질환의 본질,
3차원으로 비틀리는 고통
많은 이가 척추 측만증이나 후만증을 단순히 ‘등이 좀 굽거나 옆으로 휜 상태’로 오해하곤 한다. 하지만 김형복 교수는 그 본질이 훨씬 복잡하다고 설명한다.
“척추 변형은 단순히 척추가 평면적으로 휘는 병이 아닙니다. 척추 마디마디가 회전하며 마치 꽈배기처럼 비틀어지는 3차원적인 변형입니다. 정면에서 휠 때는 측만증, 옆에서 보아 등이 굽으면 후만증이라 부르지만, 이 두 가지는 종종 복합적으로 나타나며 신체 내부 장기까지 압박하게 됩니다.”
이러한 변형은 단순한 외모콤플렉스를 넘어 생존의 문제와 직결되기도 한다. 각도가 심해지면 휘어진 척추와 갈비뼈가 심장과 폐를 압박해,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는 심폐기능 저하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특발성’과 어르신의 ‘퇴행성’
김 교수는 환자 연령대에 따라 완전히 다른 치료법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청소년기 환자 부모님들에게는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한다.
“청소년기 측만증의 80% 이상은 원인을 알 수 없는 ‘특발성’입니다. 아이의 자세가 나빠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유전적 요인이나 새로운 형질의 발현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그러니 부모님들께서 자녀를 나무라거나 자책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반면, 성인과 노년층에서 생기는 변형은 ‘세월의 흔적’인 경우가 많다. 디스크와 관절이 마모되는 퇴행성 변화, 골다공증으로 인해 뼈가 주저앉는 골절, 근육이 빠지는 근감소증이 결합되어 ‘꼬부랑 허리’를 만드는 것이다.
골다공증 치료가 곧 예방
어르신들은 나이가 들어 자연스럽게 허리가 굽기도 하지만, 골다공증으로 인해 척추뼈가 주저앉는 골절이 발생하면서 급격하게 허리가 굽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변형치료만큼이나 골다공증 치료를 철저히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또한, 남의 시선 때문에 지팡이나 보행기(Walker) 사용을 꺼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지팡이는 낙상을 막고 척추 부담을 덜어주는 ‘제2의 다리’라고 강조한다. 보조기구를 사용하는 것은 절대로 부끄러운 일이 아니며, 필요하다면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말고, 보조기구를 사용해야 더 큰 부상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각도’보다 중요한 것은 ‘환자의 삶’
수술은 언제나 최후의 수단이자 최선의 선택이어야 하기에 김형복 교수가 수술을 결정하는 기준은 명확하다. 성장기 학생들의 경우, 통증이 없더라도 휘어진 각도가 45도 이상이라면 더 심각한 변형과 합병증을 막기 위해 수술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 하지만 성인의 경우는 다르다. 뼈의 성장이 끝났기 때문에 단순히 각도가 크다고해서 수술을 권하지 않는다.
“성인 환자에게 가장 중요한 기준은 ‘실질적인 고통’입니다. 약물이나 물리치료로 해결되지 않는 극심한 통증, 다리 저림, 혹은 마비 증상으로 인해 일상적인 보행조차 힘들어질 때, 비로소 MRI 등 정밀검사를 통해 수술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합니다.”
O-arm 내비게이션 시스템
척추 수술은 1mm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는 정밀한 작업이다. 김 교수는 일산병원이 도입한 ‘O-arm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자동차의 내비게이션에 비유한다.
“과거에는 의료진의 경험과 감각에 크게 의존했다면, 이제는 실시간 3D 영상을 보며 나사못이 들어갈 길을 미리 확인하고 진입합니다. 이는 마치 안개 속을 운전하다가 최신 내비게이션의 도움을 받는 것과 같습니다.”
이 시스템은 수술 정확도를 획기적으로 높여 신경 손상 위험을 최소화하며, 결과적으로 환자의 합병증을 줄이고 회복 속도를 당기는 일등 공신 역할을 한다. 김 교수는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났다고 해서 모든 과정이 종료되는 것은 아니며, 척추 건강을 위해 가장 좋은 약은 운동이라고 단언한다.
“척추를 지탱하는 복근과 등근육은 우리 몸의 ‘천연코르셋’입니다. 수술 후 통증을 무조건 참기보다 적절하게 조절하며 걷기, 수영, 자전거 등 유산소운동으로 심폐기능을 높이고 코어근육을 강화해야 재발을 막을 수 있습니다.”
일산병원이 그리는 척추 치료의 미래
김형복 교수는 최근 국가검진에 폐기능검사가 포함된 것처럼, 척추 건강도 조기 발견과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아이들의 경우 ‘전방 굴곡 검사(허리를 숙여 등의 높이를 확인하는 검사)’를 통해 가정에서도 충분히 조기 발견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양쪽 어깨높이가 다르거나, 짝가슴이거나, 바지나 치마가 한쪽으로 자꾸 돌아가는 것도 중요한 신호다. 특히 특발성 척추측만증은 남아보다 여아에게 더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여자아이를 둔 부모님께서는 좀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주기를 당부한다.
환자의 굽어진 허리뿐만 아니라 그 속에 감춰진 마음의 고통까지 헤아리려는 김형복 교수의 진심. 그의 정교한 손길과 첨단기술이 만나 수많은 환자가 다시 힘차게 걸어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