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의 시작부터 함께한 시간
고위험의 순간을 지켜내는 손길
집중치료간호부
팀장 전준희
병원에서 보내는 시간은 어느 순간부터 ‘일’이라기보다 ‘삶’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저는 일산병원 개원과 함께 이곳에 자리 잡은 뒤, 26년이라는 시간을 고위험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에서 보내고 있습니다. 생명의 시작을 가장 가까이에서 마주하는 이곳에서 수많은 순간을 함께해왔습니다.
조산사 수련을 마치고 임상 3년 차 무렵, 일산병원 개원과 함께 이곳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처음 분만실에 들어왔을 때는 넓은 공간에 침대만 놓여 있었는데, 그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시간이 흐르며 여러 차례 변화를 거쳐 지금의 고위험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로 자리 잡는 과정을 바로 곁에서 지켜보았습니다.
출산 후 잠시 심장혈관계 집중치료실에서 근무했던 기간을 제외하면, 저는 대부분의 시간을 분만실에서 보내고 있습니다. 같은 공간에서 쌓아온 시간들이 어느덧 제 삶에서도 중요한 일부가 되었습니다.
처음부터 이 길을 목표로 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간호대 시절에는 노인 간호를 생각하며 ‘그렇다면 사람의 시작부터 이해해보자’는 마음으로 조산사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그런데 임산부와 신생아를 돌보는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감정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산모와 함께 호흡하고, 그 시간을 함께 견디는 일이 자연스럽고도 의미 있게 다가왔습니다.
‘조금만 더 해볼까’라는 생각으로 이어온 시간이 어느덧 26년이 되었습니다. 지금은 이 선택이 특별한 결심이 아니라 그저 제게 가장 잘 맞는 길이었다고 느낍니다.
제가 이 일을 하며 가장 크게 느끼는 보람은 한 생명의 시작을 함께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진통을 겪는 산모 곁에서 엄마처럼, 언니처럼, 때로는 친구처럼 함께 시간을 보내다가 아이의 첫 울음소리를 듣는 순간에 느끼는 벅찬 감정은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위험한 상황을 이겨낸 산모와 아기가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볼 때면, 그 모든 과정이 하나의 기적처럼 느껴집니다.
‘숨은 고수’로 선정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감사하면서도 송구한 마음이 먼저 들었습니다. 병원 곳곳에는 저보다 더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계신 분이 많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저 제 자리에서 해야 할 일을 이어가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일은 결코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힘든 순간에도 서로를 의지하며 함께해온 동료들, 센터를 이끌어주신 선생님들과 의료진, 늘 믿고 따라와주는 모든 구성원 덕분에 지금까지 이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저는 이 자리에서,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모습으로 동료들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오랜 시간 같은 자리를 지켜온 사람으로서, 그 책임을 조용히 이어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