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2

병동을 지키는 또 하나의 중환자실
일산병원 신속대응팀의
환자 안전 전략

환자의 상태 악화는 예고 없이 찾아온다. 문제는 그 ‘징후’를 얼마나 빠르게 발견하고 대응하느냐다. 일산병원은 이러한 위기 순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신속대응시스템(Rapid Response System)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병동과 중환자실의 경계를 허물고, 환자 안전의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가는 일산병원 신속대응팀의 역할과 성과를 살펴본다.

정리 편집실 사진 윤선우

호흡기내과 이정모 교수

진료 분야
중환자 집중치료, 만성폐질환

진료 시간
: 오전 : 오전, 오후

병동에서 시작되는 위기,
대응 속도가 생존 좌우

입원환자의 상태 악화는 대부분 일반병동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병동은 중환자실과 달리 인력과 장비의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초기 변화를 놓칠 경우 심정지와 같은 치명적 상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 바로 신속대응시스템이다.

신속대응시스템은 환자의 상태 악화를 조기에 발견하고, 전문 의료진이 즉각 개입해 중증 상황을 예방하는 환자 안전 관리 체계다. 신속대응팀을 이끌고 있는 호흡기내과 이정모 교수는 이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신속대응시스템은 병동에서도 중환자실 수준의 평가와 처치를 가능하게 하는, 일종의 ‘움직이는 중환자실’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환자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은 우리 병원의 비전을 담은 환자 안전관리 체계입니다.”

일산병원은 2019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시범사업과 연계해 신속대응시스템을 도입했다. 이후 지속적인 인력 확충과 운영 고도화를 통해 현재는 365일 24시간 대응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신속대응팀은 중환자 치료 경험이 풍부한 전문의와 전담 간호사로 구성된 다학제 팀이다. 중환자 세부전문의와 외상외과팀, 중환자실·응급실 경험을 갖춘 간호사가 함께 협력해 환자를 평가하고 치료 방향을 결정한다. 초기에는 제한된 인력으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전담 간호사 6명과 전문의 10여 명이 참여하는 체계로 확대되며 전문성과 대응 역량이 크게 강화됐다.

데이터와 직관을 넘는 조기 대응 시스템

신속대응팀이 출동하는 기준은 명확하다. 활력징후 이상, 의식 변화, 호흡곤란 등 환자의 상태 악화를 시사하는 신호가 포착되면 즉시 개입이 이루어진다. 출동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의료진의 판단에 따른 직접 호출, 시스템 기반의 선제적 개입이다. 특히 전산 모니터링 시스템(NEWS)과 AI 기반 조기경보시스템은 위험 환자를 사전에 선별해 대응 속도를 높인다. 이 교수는 기술의 역할에 대해 이렇게 강조한다.

“AI 기반 조기경보시스템은 의료진의 경험과 직관에 의존하던 기존 대응의 한계를 보완하는 도구입니다. 환자의 활력징후, 검사 결과 등 다양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위험 신호를 조기에 감지하고, 증상이 뚜렷해지기 이전 단계에서 선제적 개입이 가능하도록 돕습니다. 또한 환자의 상태 변화를 지속적으로 추적해 악화 가능성을 예측하고 우선순위를 제시함으로써, 의료진이 여러 환자 중 위험도가 높은 환자를 더욱 정확하게 선별할 수 있게 합니다. 이는 대응 속도와 정확도를 동시에 높여, 중증으로 악화되는 것을 예방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신속대응시스템 도입 이후 가장 의미 있는 변화는 ‘예방’의 성과다. 병원 내 심정지 발생률과 예기치 못한 중환자실 전실이 감소했으며, 조기 대응을 통해 환자의 생존율과 치료 결과가 개선됐다. 단순히 결과 지표뿐 아니라 의료진의 인식 변화도 중요한 성과로 꼽힌다. 병동 의료진과 신속대응팀 간 협력 체계가 강화되면서, 환자 상태 변화에 대한 민감도와 대응 속도가 전반적으로 향상됐다. 이는 사후 대응 중심의 의료에서 사전 예방 중심의 의료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작은 신호도 놓치지 않는 시스템의 힘

실제 현장에서 신속대응시스템의 가치는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겉으로는 큰 이상이 없어보이던 환자에게서 호흡수 증가와 산소포화도 저하가 지속적으로 관찰되었고, 이를 인지한 의료진이 신속대응팀을 호출했다. 평가 결과 해당 환자는 패혈증 초기 상태였으며, 즉각적인 항생제 치료와 중환자실 이송이 이루어졌다. 그 결과 심정지로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작은 변화라도 놓치지 않고 조기에 개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것이 중증 악화를 막는 결정적인 차이를 만듭니다.”

신속대응팀은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조직이 아니라, 병동 의료진과 긴밀한 협력을 기반으로 운영된다. 병동에서는 이상 징후를 신속히 인지하고, 대응팀은 현장에서 종합적인 판단과 처치를 수행한다.

또한 사후 디브리핑과 반복적인 교육을 통해 각 사례를 분석하고 개선점을 공유한다. NEWS교육, 시뮬레이션 기반 응급 대응 훈련, 심폐소생술 교육 등은 의료진의 대응 역량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핵심 요소다. 이러한 구조는 단순한 시스템을 넘어 병원 전체의 안전 문화를 형성하는 기반이 된다.

사후 대응에서 사전 예방으로,
의료 패러다임의 전환

앞으로 신속대응시스템은 더욱 정교한 형태로 발전할 전망이다. AI 기반 예측 기술과 결합해 위험 환자를 사전에 분류하고, 자원배분과 우선순위 결정까지 자동화하는 방향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높다.

“신속대응시스템은 사후 대응이 아니라 사전 예방 중심으로 의료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핵심축이 될 것입니다. 환자 상태가 악화된 이후 대응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위험 신호를 조기에 감지해 선제적으로 개입함으로써 중증 진행 자체를 차단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앞으로는 AI 기반 예측 기술과 데이터 분석이 결합되면서 환자별 위험도를 더욱 정밀하게 평가하고, 의료진이 개입해야 할 시점을 더 앞당길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대응 속도를 높이는 수준을 넘어, 병원 전체의 진료 구조를 예방 중심으로 재편하고 환자 안전 수준을 근본적으로 향상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일산병원의 신속대응팀은 단순한 대응 조직을 넘어, 환자 안전을 선제적으로 설계하는 시스템으로 자리 잡고 있다. 병동에서 시작되는 작은 변화까지 놓치지 않는 이들의 움직임은, 결국 더 많은 생명을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