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량이 줄면
마음 건강도 달라질까?
낮은 근육량과 우울증의 연결고리
운동과 신체 활동이 우울증 예방과 정신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에서 밝혀졌다.
그렇다면 운동 여부가 아닌, 실제 우리 몸의 ‘근육량’은 우울증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성인 4,185명을 분석한 결과, 근육량이 낮은 사람에서 우울증 가능성이 높게 나타났다.
근육과 마음 건강 사이의 연관성을 살펴본 이번 연구의 주요 결과와 의미를 짚어본다.
글 정신건강의학과 김현규 교수
운동 여부에서 ‘근육량’으로 확장한 질문
우울증은 단순히 기분이 가라앉는 상태를 넘어 삶의 질과 일상 기능에 큰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정신건강 문제다. 그동안 여러 연구에서 운동과 신체 활동이 우울증 예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왔다. 하지만 기존 연구 중 상당수는 ‘얼마나 자주 운동하는가’와 같은 설문조사에 의존해 신체 활동을 평가했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번 연구에서는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실제 근육량과 우울증 사이의 관계에 주목했다. 근육은 신체 활동의 결과를 보여주는 지표인 동시에 다양한 생리활성물질을 분비하며 여러 기관과 상호작용하는 조직으로도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우리나라 일반 성인을 대상으로 체중에서 근육이 차지하는 비율과 우울증 사이에 어떠한 연관성이 있는지, 근육량이 낮을수록 우울 증상도 더 심하게 나타나는지를 확인했다.
성인 4,185명, 근육량과 우울 증상 분석
연구에는 질병관리청의 2022년 국민건강영양조사(KNHANES) 자료를 활용했다. 분석 대상은 우울증 선별검사인 PHQ-9에 참여한 성인 4,185명으로, 남성 1,831명과 여성 2,354명이 포함됐다. PHQ-9 점수가 10점 이상인 경우를 우울증으로 정의했다.
근육량은 생체전기저항분석법(BIA)으로 측정했다. 팔다리 근육량을 체중으로 나눈 ‘근육량 비율’을 계산한 뒤 성별과 연령을 고려해 낮은 그룹, 중간 그룹, 높은 그룹으로 구분했다. 분석 과정에서는 연령과 교육 수준, 소득, 결혼 상태, 거주 지역, 흡연과 음주, 체질량지수(BMI)를 비롯해 고혈압·당뇨병·이상지질혈증·만성신장질환 등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다양한 요인을 함께 고려했다.
낮은 근육량에서 높아진 우울증 가능성
근육량이 중간 수준인 그룹과 비교했을 때 근육량이 낮은 그룹의 우울증 오즈비(odds ratio)는 남성 1.99배, 여성 1.61배로 높게 나타났다. 중등도 이상 우울증의 오즈비도 남성 2.06배, 여성 1.75배로 높았다. 반면 근육량이 높은 그룹에서는 중간 그룹과 비교해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근육량을 연속적인 수치로 분석했을 때도 남녀 모두 근육량 비율이 증가할수록 PHQ-9 점수가 낮아지는 역의 연관성이 확인됐다. 근육량 비율이 0.1 증가할 때 PHQ-9 점수는 남성에서 0.172점, 여성에서 0.528점 감소했다.
이 결과는 심각한 근감소증이 있는 사람에게만 정신건강 문제가 나타난다는 의미는 아니다. 일반 성인에서도 상대적으로 낮은 근육량이 우울증 및 우울 증상의 정도와 연관될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데 의미가 있다.
근육과 마음을 잇는 연결고리
근육량과 우울증은 왜 서로 관련되어 있을까? 이번 연구만으로 정확한 인과관계를 밝힐 수는 없지만 몇 가지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근육에서 분비되는 마이오카인(myokine)이다. 근육이 수축할 때 분비되는 일부 마이오카인은 뇌와 상호작용할 수 있으며, 뇌유래신경영양인자(BDNF) 등 우울증과 관련된 생물학적 기전과 연결될 가능성이 제시된다.
신체 활동도 중요한 연결고리일 수 있다. 낮은 근육량은 장기간의 낮은 신체 활동 수준을 어느 정도 반영하는 지표일 가능성이 있다. 기존 연구에서는 운동이 우울증 감소와 관련이 있으며 뇌 기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제시돼 왔다. 운동과 근육, 뇌와 정신건강이 서로 연결되어 있을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정신건강을 바라보는 새로운 지표
이번 연구는 우리나라 일반 성인을 대표할 수 있는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활용하고, 비교적 간단하고 비침습적인 생체전기저항분석법으로 근육량을 측정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향후 근육량이 신체 건강뿐 아니라 정신건강 위험을 살펴보는 보조지표로 활용될 가능성도 생각해볼 수 있다.
다만 이번 연구 결과를 단순히 ‘근육량을 늘리면 우울증을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 있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한 시점의 자료를 분석한 단면연구이기 때문에 근육량 감소가 우울증에 영향을 미친 것인지, 반대로 우울 증상으로 신체 활동이 줄면서 근육량이 감소한 것인지는 명확히 구분할 수 없다.
그럼에도 이번 연구는 근육과 마음 건강이 서로 완전히 독립된 영역이 아닐 가능성을 보여준다. 앞으로 장기간의 추적연구를 통해 인과관계를 확인하고, 운동이나 근육량 증가를 위한 중재가 실제 우울증 예방과 증상 감소에 도움이 되는지 검증해야 한다. 근육을 단순히 ‘힘을 내는 신체 조직’으로만 바라보는 데서 벗어나 신체 활동과 정신건강을 함께 이해하는 새로운 관점이 필요한 이유다.
근육량과 성별에 따른 우울증의 보정된 오즈비(OR). 근육량과 성별에 따른 다변량 로지스틱 회귀모형으로 우울증의 교차비를 분석한 결과, 연령, 소득, 교육 수준, BMI, 흡연, 음주, 규칙적인 운동, 동반질환 등 다른 공변량을 보정한 후의 중간 근육량 그룹을 기준(reference)으로 하였다.(OR=1.00, 95% 신뢰구간 95% Cl) *pc0.05를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