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2

산만한 아이와 ADHD의 차이
행동보다 ‘일상의 어려움’

집중하지 못하고 가만히 있지 못하는 아이를 보면 흔히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를 떠올린다. 그러나 산만하거나 활동적이라는 이유만으로 ADHD라고 판단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특성이 또래보다 지나치게 자주, 강하게 나타나고 가정과 학교, 또래 관계 등 일상생활에 지속적으로 어려움을 주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성장 단계에 따라 모습도 달라지는 ADHD의 진단과 치료, 가정과 학교에서 필요한 도움에 대해 들어보았다.

정리 편집실 사진 최태준

정신건강의학과 심송주 교수

진료 분야
소아청소년 정신의학, 자폐스펙트럼장애 및 발달장애, ADHD, 틱, 소아청소년 기분장애, 강박관련장애

진료 시간
수: 오후 목: 오전 금: 오후

산만함보다 중요한 것은 ‘일상 기능의 저하’

ADHD는 부주의, 과잉행동, 충동성을 주요 증상으로 하는 신경발달장애다. 같은 행동이라도 보편적인 발달 범주 안에 있는지, 또래보다 지나치게 자주 또는 강하게 나타나 아이의 일상을 지속적으로 방해하는지를 구분해야 한다.

눈에 띄는 산만함 외에 ‘실행 기능’의 어려움도 나타날 수 있다. 계획을 세우고 우선순위를 정하거나 해야 할 일을 단계별로 나눠 행동으로 옮기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감정이 급격하게 고조되고 이를 스스로 조절하기 어려워 쉽게 짜증을 내거나 작은 다툼에도 심하게 화를 내는 모습도 나타날 수 있다.

“산만하거나 활동적이라는 행동 하나만으로 ADHD를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중요한 것은 이런 모습이 또래보다 지나치게 자주, 강하게 나타나는지, 가정과 학교 등 여러 환경에서 지속되면서 아이의 학습과 관계, 일상생활에 실제로 어려움을 주는지를 살펴보는 것입니다.”

ADHD 관련 증상은 성장하면서 달라진다. 미취학 시기에는 과잉행동과 충동성이 두드러지고,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준비물을 자주 빠뜨리거나 과제를 끝까지 마치지 못하는 등 구조화된 환경에서 어려움이 뚜렷해진다. 청소년기에는 겉으로 보이는 과잉행동은 줄어들더라도 집중력과 실행 기능에 문제가 지속될 수 있다. 반복되는 실패와 부정적인 피드백은 아이의 자아상이나 정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검사보다 먼저 아이의 생활 전체를 살펴야

전문적인 평가를 받아봐야 하는 특정 행동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아이의 어려움이 일상 기능에 지속적으로 지장을 주는지, 가진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게 하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부모가 반복해서 지도하고 아이도 노력하지만 같은 문제가 계속되거나 아이 스스로 힘들다고 호소한다면 평가를 고려할 수 있다.

ADHD 진단에서 가장 중요한 과정은 면담이다. 증상이 언제부터 나타났는지, 가정과 학교 등 여러 환경에서 관찰되는지, 실제 기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한 가지 검사로 ADHD를 확진하는 것은 아니며, 심리검사나 종합주의력검사 등은 아이의 인지기능과 정서 상태, 주의집중 특성을 파악하는 보조적인 수단으로 활용한다.

“ADHD를 확진할 수 있는 검사나 수치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닙니다. 진료실에서 보이는 모습 뿐 아니라 가정과 학교에서 아이가 실제로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부모와 교사의 관찰, 증상이 시작된 시기와 지속 기간, 일상 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불안이나 우울, 수면 문제, 특정학습장애, 자폐스펙트럼장애 등에서도 ADHD와 비슷한 모습이 나타날 수 있다. 두 가지 이상의 문제가 함께 관찰되기도 하므로 증상이 어떤 상황과 맥락에서 나타나는지 살피고 각각의 어려움이 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해야 한다.

약물치료와 생활 속 연습이 함께

ADHD 치료는 아이의 연령과 증상 정도,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약물치료와 비약물치료 중 선택하거나 병행한다. 미취학 아동이나 증상이 비교적 경미한 경우에는 부모교육과 행동치료를 우선 시행할 수 있으며, 학령기 이후에는 약물치료가 중요한 일차 치료다.

약물치료는 부주의, 과잉행동, 충동성과 같은 핵심 증상을 개선하는 데 효과적이다. 다만 실행 기능이나 정서 조절의 어려움은 약물만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 약물치료로 과제를 시작하고 지속하는 데 어려움이 줄었다면 계획을 세우고 좋은 행동을 반복해서 연습하도록 돕는 과정이 필요하다.

“약물치료는 ADHD의 핵심 증상을 개선하고 아이가 해야 할 일을 시작하고 지속할 때 느끼는 어려움을 줄여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약물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스스로 계획하고 행동하는 방법을 반복해서 연습하고 성공 경험을 쌓도록 도와주는 과정이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약물치료를 시작하면 복용 전보다 개선된 점과 새롭게 나타난 불편함을 함께 관찰해야 한다. 식욕 저하와 불면 등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성장 상태와 수면, 식사량 등을 정기적으로 확인하고 필요하면 전문의와 상의해 조절한다. 처방에 따라 적절히 복용한 ADHD 약물이 향후 물질 의존 위험을 높인다는 근거는 없으니 약 복용에 부담을 갖지 않아도 된다.

통제보다 ‘스스로 해낼 수 있는 환경’을

가정과 학교에서는 아이를 무조건 통제하거나 반복해서 지적하기보다 행동으로 옮기기 쉬운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지시는 짧고 명확하게 한 번에 하나씩 하고, 필요하면 체크리스트처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을 활용한다. 칭찬할 때도 ‘잘했어’라고 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어떤 행동을 잘했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것이 좋다.

“부모가 아이 대신 모든 것을 해주기보다 할 일을 작은 단계로 나누고, 각 단계를 스스로 시작하고 끝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아이가 직접 시도하고 끝까지 해낸 부분을 구체적으로 칭찬해 주면 필요한 능력을 익히고 좋은 행동을 반복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ADHD는 성장하면서 과잉행동과 충동성이 감소할 수 있지만 부주의와 실행 기능의 어려움은 청소년기와 성인기까지 지속되기도 한다. 적절한 도움을 받지 못하면 반복되는 실패와 부정적인 피드백으로 자신의 능력보다 낮은 성취를 보이거나 부정적인 자아상을 갖게 될 수 있다. 반대로 적절한 치료와 관리를 받으면 일상 기능을 개선하고 성장 과정에서 필요한 능력과 성공 경험을 쌓을 기회를 늘릴 수 있다.

“ADHD 치료의 목표는 단순히 산만한 행동을 줄이거나 아이를 얌전하게 만드는 데 있지 않습니다. 일상에서 겪는 어려움을 줄이고 성장 과정에서 필요한 능력을 연습하며 성공 경험을 쌓도록 돕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러한 경험이 쌓여야 아이가 학업과 관계, 이후의 사회생활에서도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