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의 리듬을 되찾는 부정맥 치료
펄스장 절제술로 넓어지는
치료의 선택지
심장은 일정한 전기 신호에 따라 규칙적으로 뛰며 온몸에 혈액을 공급한다. 이 리듬이 흐트러지는 부정맥은 종류와 환자 상태에 따라 치료 방법도 달라진다. 특히 심방세동은 뇌졸중 위험과도 연결돼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가 중요하다. 최근에는 열이나 냉기 대신 전기장을 이용하는 펄스장 절제술(PFA)이 새로운 치료 선택지로 주목받고 있다. 심장내과 이한철 교수에게 부정맥 치료의 변화와 환자에게 맞는 치료를 선택하는 기준을 들어본다.
정리 편집실 사진 최태준
심장내과 이한철 교수
진료 분야
부정맥, 실신, 급사, 전기생리학 검사 및 전극도자 절제술, 심박동기, 제세동기, 심장재동기화치료(CRT), 심부전
진료 시간
화: 오전 목: 심뇌혈관질환센터 토: 순환근무
불규칙한 심장박동 너머의 위험
부정맥은 심장이 정상적인 리듬에서 벗어나 너무 빠르게 뛰거나, 너무 느리게 뛰거나, 불규칙하게 뛰는 상태를 말한다. 심장박동을 조절하는 전기 신호가 비정상적으로 발생하거나 전달 과정에 문제가 생기면서 나타나는 증상이다. 대표적으로 심방세동, 심방조동, 발작성 상심실성 빈맥, 심실빈맥 등이 있으며, 종류와 환자 상태에 따라 약물치료나 전극도자 절제술을 고려한다.
이 가운데 심방세동은 단순히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질환으로만 이해해서는 안된다. 심방이 제대로 수축하지 못하면 혈액이 정체되면서 혈전이 생길 수 있고, 이 혈전이 뇌혈관을 막으면 뇌졸중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한철 교수는 심방세동을 적절한 시기에 평가하고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심방세동이 장기간 지속되면 심장의 구조와 전기적 특성이 변화하면서 정상 리듬으로 되돌리기가 점점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증상이 반복되거나 심방세동이 지속된다면 전문적인 평가를 받고, 자신의 상태에 맞춰 치료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열과 냉기 대신 전기장을 이용하는 치료
기존의 고주파 전극도자 절제술은 열을 이용해 심근 조직을 치료하고, 냉동풍선 절제술은 조직을 얼려 치료한다. 두 방법 모두 온도 변화를 이용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반면 펄스장 절제술(Pulsed Field Ablation, PFA)은 매우 짧은 시간 동안 강한 전기장을 전달하는 방식이다. 핵심 원리는 ‘전기천공’이다. 전기장이 심근세포의 세포막에 미세한 구멍을 만들고, 일정 수준 이상의 자극이 전달되면 해당 세포가 기능을 잃게 된다. 이를 통해 비정상적인 전기 신호의 전달 경로를 차단한다.
“기존 치료가 심장 조직을 가열하거나 얼리는 방법이라면, PFA는 전기장의 특성을 이용해 필요한 심근세포를 선택적으로 치료하는 방법입니다. 사용 에너지가 달라지면서 시술의 효율성과 안전성 측면에서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고 있습니다.”
심방세동 절제술에서 핵심은 심방세동을 유발하는 전기 신호가 주로 발생하는 폐정맥과 좌심방 사이의 전기적 연결을 차단하는 것이다. 이를 ‘폐정맥 격리술’이라고 한다. PFA는 목표 부위를 비교적 빠르게 치료할 수 있어 폐정맥 격리에 필요한 시간을 단축하고 환자가 마취나 진정 상태에 있는 시간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새로운 기술보다 앞서는 환자별 치료 기준
PFA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조직 선택성’이다. 조직마다 전기장에 반응하는 정도가 다르고, 심근세포가 특정 전기장에 상대적으로 민감하다는 특 성을 활용하는 것이다. 적절한 조건에서 시행하면 치료할 심근세포에 영향을 주면 서 주변 조직에 미치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줄일 수 있다.
특히 식도 손상이나 폐정맥 협착 등 기존 절제술에서 우려했던 일부 합병증의 위험을 낮출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평가된다.
현재 PFA가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분야는 심방세동 치료다. 특히 폐정맥 격리가 중요한 발작성 심방세동 환자에게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지속성 심방세동에서도 활용이 확대되며 관련 임상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치료법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환자에게 같은 방법을 적용하지는 않는다. 심방세동의 지속 기간과 증상, 좌심방의 크기, 심부전·고혈압·당뇨병 등 동반 질환, 이전의 약물치료나 절제술 경험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
“환자의 나이만으로 치료 방법을 결정하지 않습니다. 심방세동이 얼마나 오래 지속됐는지, 심장의 구조와 기능은 어떤지 등을 함께 평가합니다. PFA가 모든 측면에서 기존 치료법보다 우월하다고 단정하기보다 환자에게 가장 적절한 방법을 선택해야 합니다.”
치료 효과에 대한 현실적인 이해도 필요하다. 현재까지 진행된 연구에서는 PFA가 기존 고주파나 냉동 절제술과 전반적으로 유사한 수준의 치료 효과를 보이면서 효율적인 시술이 가능하다는 결과가 축적되고 있다. 하지만 한 번의 시술로 모든 환자에게서 심방세동이 영구적으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일부는 약물치료를 병행하거나 재시술을 고려할 수 있다.
시술 이후의 일상까지 이어지는 관리
PFA 시술 전에는 심전도, 심장초음파, 혈액검사 등으로 심장 상태와 동반 질환을 평가한다. 필요하면 CT 등 추가 영상검사를 시행하기도 한다. 시술은 일반적으로 사타구니 정맥에 가느다란 카테터를 삽입해 심장까지 이동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좌심방으로 접근한 뒤 폐정맥 주변에 카테터를 위치시키고 전기장을 전달해 비정상적인 전기 신호를 차단한다.
시술 후에는 안정을 취하며 출혈 여부와 심장 상태 등을 확인한다. 입원 기간은 환자 상태와 의료기관의 치료 지침에 따라 달라진다. 퇴원 후에도 약물 복용과 외래 추적 관찰을 해야 하며, 운동과 일상 활동은 의료진의 안내에 따라 단계적으로 재개한다.
“심방세동 치료의 목표는 시술 한 번으로 완치를 선언하는 데 있지 않습니다. 재발을 최대한 줄이고 정상적인 심장 리듬을 유지하면서 환자의 증상과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부정맥 치료의 선택지는 넓어지고 있지만, 그 중심에는 언제나 환자 한 사람이 있다.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이해하고 의료진과 충분히 소통하며 치료를 이어가는 것이 심장의 리듬과 건강한 일상을 되찾는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