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경색 예방과
LDL 콜레스테롤
노인인구가 빠르게 늘어나고 모든 만성질환 유병률이 증가하는 오늘날, ‘노인성질환의 대명사’처럼 보이는 질환 중 하나는 연령대별 유병률이 오히려 꾸준히 감소하고 있습니다. 바로 뇌경색입니다. 이 현상을 이해하는 과정 자체가 뇌경색 예방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뇌경색은 다른 노인성질환과 달리 왜 이러한 현상을 보이는 걸까요?
글 신경과 이진구 교수
뇌경색은 증상이 나타나거나 진단되는 연령이 상대적으로 고령입니다. 또 뇌경색을 악화하거나 유발하는 요인이 매우 다양합니다. 이 두 가지를 종합해보면, 우리 사회가 경제적으로 안정되고 건강보험 체계가 잘 갖추어지면서 이전보다 건강관리에 관심과 노력이 커졌고, 그 결과 의도치 않게 뇌경색의 예방과 치료가 함께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는 곧 뇌경색이 다른 어떤 질환보다도 개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질환이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그렇다면 어떤 노력이 있었을까요?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혈압조절’입니다. 환자들도 이제는 혈압 관리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으며, 내과 선생님들의 꾸준한 노력 덕분에 뇌경색의 가장 중요한 위험인자가 효과적으로 관리되고 있습니다. 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씀드리는 의미는, 혈압이 상대적 위험도가 가장 높은 위험인자라는 것입니다.
혈압조절이 중요한 이유
외래에서 환자들을 진료하다 보면 의외로 가족력에 대한 두려움이 큰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특정한 유전질환에 의해 뇌경색이 발생할 수도 있지만, 가족력이 주는 상대적 위험도는 고혈압의 절반 수준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가족력에 지나치게 두려움을 느끼기보다는, 고혈압을 더 경계하고 철저히 관리하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혈압약을 처음 처방할 때 자주 듣는 질문이 있습니다. 바로 “이 약은 언제까지 먹어야 하나요?”라는 것입니다. 이때 외래에서 차마 말은 하지 못하지만 이런 말을 하고 싶습니다. “평생 혈압을 정상으로 유지하실래요? 아니면 약을 먹지 않고 혈압을 높게 유지하다가 뇌경색의 위험을 감수하실래요?”
제2차 세계대전 말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의 사망원인은 고혈압이었습니다. 혈압이 200mmHg 이상이었는데, 당시에는 혈압을 낮추는 약이 개발되지 않아 후유증으로 사망했습니다. 우리는 정말 행복한 세상에서 살고 있는 겁니다. 혈압약은 정말 잘 드셔야 합니다.
경제 수준이 높아지고 식단이 서구화되면서 대사질환이 늘었습니다. 대사질환을 예방하려면 ‘규칙적 운동’이 필요합니다. 운동은 혈당을 낮추고 혈압을 떨어뜨리며 지질대사를 개선합니다. 여기까진 상식이고 혈관을 다루는 의사의 관점에서 보면 운동의 가치는 이보다 훨씬 큽니다.
운동을 하면 혈관 내벽에는 전단응력(shear stress)이 가해집니다. 이 자극은 내피 유래 일산화질소(NO) 생성을 촉진해 여러 경로로 죽상경화증을 억제하고, 죽상경화반을 안정화해 뇌경색 발생을 줄입니다. 약물치료만으로 뇌경색 예방 효과를 충분히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운동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LDL 콜레스테롤 조절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은 ‘고지혈증 조절’, 특히 LDL(저밀도지질단백질)을 낮추는 것입니다. 인터넷상에서 정확하지 않은 정보가 많아 환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지만, 수많은 의학 연구에서 LDL 콜레스테롤 조절의 필요성과 효과가 증명되었습니다. 실제로 임상에서 체감하고 있으며, 아직 효과가 덜 반영되었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예전에는 LDL 수치를 너무 낮게 유지하면 뇌출혈이나 치매가 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그것이 기우였음이 밝혀졌고, 혈관을 보는 의사들은 ‘LDL은 낮을수록 좋다’는 견해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일각에서 고지혈증 약(스타틴)의 부작용을 지나치게 강조하며 복용을 말리는 것을 볼 때마다 의대에 다닐 때 교수님께 들었던 인상적인 말씀이 떠오릅니다. “부작용이 없는 약은 효과도 없다.” 스타틴에도 당연히 부작용이 있습니다. 물론 부작용이 심하면 약을 끊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 아예 복용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부작용 자체가 치명적인 경우는 극히 드물고, 그 정도 부작용으로 삼가야 할 약이 아닙니다. 적응증이 되면 복용하는 것을 권유드립니다.
스타틴은 뇌경색 유병률 감소에 기여한 바가 큽니다. 심혈관계질환과 뇌혈관질환은 병태생리가 유사하며, 임상적으로는 심혈관계질환이 뇌혈관질환보다 대략 5~10년 먼저 나타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심혈관질환 환자의 경동맥 초음파에서는 의미 있는 협착이 드물지만, 반대로 경동맥에 심한 협착이 있는 환자 중 상당수는 심혈관질환을 동반합니다. 이는 많은 환자가 심장내과에서 먼저 진단을 받고 스타틴과 항혈소판제를 복용하기 시작하고, 그 과정이 뇌혈관 사건의 발생을 함께 억제한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저도 LDL 수치가 아주 높지는 않지만 스타틴을 복용합니다. 환자들이 보여주신 임상적 결과를 직접 보면서, 이 약을 복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확신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뇌경색 예방을 위한 일상 수칙
① 혈압 관리를 잘하세요.
고혈압은 뇌경색에 가장 위험한 요소입니다.
② 운동을 꾸준히 하세요.
운동은 너무 과소평가된 뇌졸중 예방법입니다.
③ LDL이 높으면 스타틴을 반드시 드세요.
잘못된 의학 정보가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