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search

만성 신장질환 환자에서
아스피린 사용과
초기 심혈관 및 출혈 위험 연구

만성 신장질환(Chronic Kidney Disease, CKD)은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주요 보건 문제로, 환자 개인뿐 아니라 사회·경제적으로 막대한 부담을 초래한다. CKD 환자는 일반 인구에 비해 심혈관질환(Cardiovascular Disease, CVD) 발생 위험이 현저히 높으며, 실제로 이들 환자의 사망원인 절반 이상이 심혈관질환과 직결된다. 따라서 CKD 환자의 심혈관질환 예방 전략을 확립하는 것은 임상적으로 매우 중요한 과제라 할 수 있다.

정리 신장내과 김재영 교수

아스피린은 혈소판 응집을 억제하여 혈전생성을 방지하는 약제로, 심혈관질환의 2차 예방 효과는 이미 확립되어 있다. 그러나 심혈관질환이 발생하기 이전 단계(1차 예방)에서의 효과는 아직 논란이 많다. 특히 CKD 환자에서의 근거는 부족하며, 기존 연구들은 CKD 환자를 배제하는 경우가 많아 실질적인 임상 적용에 어려움이 있었다. 또한 CKD 환자는 출혈 소인이 증가하는 특성이 있어 아스피린 사용시 출혈 위험이 크게 높아질 가능성이 제기되어왔다. 이 연구는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공단(NHIS)의 대규모 코호트 자료를 활용해 심혈관질환 병력이 없는 CKD 3~4단계 환자에서 아스피린의 1차 예방 효과와 출혈 위험을 평가하고자 수행되었다.

추적 기간 7년, 약 171만 명 대상 연구

2011년부터 2016년까지 건강검진에 참여한 40~79세 성인 중 사구체여과율(eGFR)이 15~59 ml/min/1.73㎡ 범위에 해당하는 CKD 환자 약 171만 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시작했다. 이 중 기존에 아스피린이나 다른 항혈소판제·항응고제를 복용했거나, 심혈관질환 병력이 있는 환자들은 제외했다. 최종적으로 CKD 3~4단계 환자 59만9,678명이 연구 대상에 포함되었다.

이들 중에서 새롭게 아스피린(100mg/일)을 처방받은 환자 1만5,861명과 아스피린을 복용하지 않은 7만9,305명을 1:5 성향점수매칭(propensity score matching)하여 비교분석했다. 평균 추적 기간은 약 7년으로, 주요 효과 평가변수는 첫 번째 심각한 심혈관 사건(비치명적 심근경색, 허혈성뇌졸중, 관상동맥 재관류술, 심혈관 사망)이었으며, 안전성 평가는 입원 치료가 필요한 위장관출혈 또는 두개내 출혈로 설정했다.

아스피린 사용군에서 출혈 사건 증가

연구 결과, 아스피린 복용군과 비복용군 간의 주요 심혈관 사건 발생률은 각각 연 1,000인년당 8.0건과 9.0건으로, 전체적인 심혈관질환 예방 효과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HR 0.93; 95% CI 0.86–1.04). 그러나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아스피린 사용은 심근경색 발생 위험을 약 42% 낮추는 효과를 보였으며, 일부 40~59세 중년 환자에서는 예방 효과가 상대적으로 뚜렷하게 관찰되었다.

반면, 안전성 분석에서는 아스피린 사용군에서 출혈 사건이 명확히 증가했다. 아스피린 복용군은 연 1,000인년당 6.7건의 출혈 사건이 발생했으며, 비복용군의 4.7건보다 유의하게 높았다(HR 1.45; 95% CI 1.32–1.59). 특히 위장관 출혈과 두개내출혈 모두에서 위험 증가가 일관되게 확인되었다. 또한 전체 사망률 역시 아스피린 복용군에서 다소 높게 나타났는데, 이는 비심혈관계 원인(예: 암 등)에 의한 사망 증가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CKD 환자에게 신중한 처방 필요

이 연구는 국내 대규모 실제 임상 자료를 기반으로, CKD 환자에서 아스피린의 1차 예방 효과와 안전성을 동시에 평가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결론적으로 CKD 환자에서 아스피린은 심혈관질환 1차 예방 효과가 뚜렷하지 않으며, 출혈 위험은 유의하게 증가한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따라서 심혈관질환 병력이 없는 CKD 환자에게 아스피린을 일률적으로 처방하는 것은 권고하기 어렵다.

다만, 일부 중년 환자에서 심근경색 예방 효과가 관찰된 점은, 향후 환자의 연령, 동반 질환, 출혈 위험 요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맞춤형 접근을 해야 함을 시사한다. 무엇보다 CKD 환자에서는 아스피린보다는 생활습관 개선, 혈압·혈당 조절, 이상지질혈증 치료 등 부작용 위험이 적으면서 효과가 확립된 예방 전략이 우선되어야 한다.

이번 연구는 CKD 환자의 아스피린 사용에서 ‘효과 대비 위험’의 균형을 다시금 환기했으며, 향후 무작위 임상시험을 통한 추가 검증이 요구된다. 임상 현장에서는 개별 환자의 특성을 고려해 아스피린 처방 여부를 신중히 결정해야 하며, 특히 출혈 위험이 높은 환자군에서는 대체적 예방 수단을 우선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