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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오염과 기후변화로 인한

건강 위험

기후변화란 오랜 기간에 걸쳐 나타나는 평균적인 날씨 패턴이 변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변화 중 특히 우려스러운 것은 지구온난화(Global Warming)이다. 화석연료의 사용과 사람의 활동으로 인해 이산화탄소(CO2), 메탄(CH4), 아산화질소(N2O) 등 온실가스 배출이 늘어났고, 대기 중에 열이 갇히는 것이 주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지구의 평균온도는 파리협정(Paris Agreement)에서 온도 상승 제한 목표로 합의한 1.5℃에 가까워졌으며, 대기권, 해양권, 빙권, 생물권에서 광범위하고 급속한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

지경희 용인대학교 산업환경보건학과 교수

기후변화가 사람과 생태계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

지구온난화는 빙하 감소, 해수면 상승, 폭염, 폭우, 사막화 등 재해만 초래하는 것이 아니라, 이로 인해 사람의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를 들어, 폭염으로 인해 온열질환자가 많아지고, 가뭄은 말라리아, 뎅기열 등 매개체 감염질환의 발생을 증가시킨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IPCC)에서는 기온, 강수량 등 기상학적 요인이 변화되면 대기 중 오염물질의 반응이나 이동이 달라질 수 있으며, 기후변화로 대기질이 악화되면 천식, 기관지염, 만성폐쇄성폐질환 등 호흡기질환이 증가할 수 있다고 보고했다. 자동차에서 배출된 이산화질소, 탄화수소 등의 물질과 자외선이 반응하면 자극성 기체인 오존이 생성되는데, 오존은 기온에 비례해 발생량이 증가하며 다양한 호흡기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최근 기온과 강수량이 변화하면서 감염성질환의 전염 기간이 더 길어지거나 질병의 확산 방식이 바뀌고 있고, 환경파괴로 야생동물과 사람의 접촉이 늘어나면서 인수공통감염병도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온도와 습도는 진드기 매개 질환의 발생을 결정하는 중요한 인자인데, 겨울 기온이 따뜻해지면서 진드기 매개 질환의 서식지가 북쪽으로 이동하고 있고 더 오랫동안 발생하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따뜻해진 기온은 개화시기와 꽃가루 날림 시기를 앞당겨 이른 시기에 알레르기질환을 유발한다. 대기 내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면 꽃가루 농도와 항원성이 더 높아지기도 한다.

기후변화는 자연 생태계의 생물다양성과 종 분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세계자연기금(World Wide Fund; WWF)에서 발간한 ‘지구생명보고서(Living Planet Report)’에서는 대표적인 포유류, 조류, 파충류, 어류, 양서류 1만여 종을 선별하여 생물의 개체수 변화를 측정해 1970년부터 2010년까지 척추동물의 개체수가 52% 감소했다고 보고했다. 수천 년에서 수억 년에 이르는 긴 세월을 거치면서 구축된 생태계의 균형이 최근 100~200년 사이에 무너지고 있고,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빠른 속도로 지구 생물이 멸종되고 있다.

환경오염으로 기후변화의 시계 가속화

1850년 이후 약 150년 동안 지구의 평균온도가 1.1℃ 오른 것에 비해 2011년부터 2015년 사이에는 0.2℃가 올랐다. 2014~2019년까지의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그전 5년간 기록된 농도와 비교했을 때 20%나 증가했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아지면서 매년 기후변화의 시계가 더 빨라지고 있다. 최근에는 입동을 코앞에 둔 11월에 목련꽃이 피거나 낮 기온이 25도 안팎까지 오르기도 했다. 사람의 활동으로 인해 대기 중에 배출된 온실가스가 바로 사라지지 않고 계속 쌓이면서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되는 것이 이제는 피부에 와닿을 정도이다.

미국 해양대기청(National Oceanic and Atmospheric Administration; NOAA)은 지구 시스템에 갇힌 온실가스의 누적 영향으로 기온이 얼마나 변하는지 추적 관찰하고 있으며, 코로나19로 인해 이산화탄소 배출은 감소했으나 메탄의 양이 급격히 증가했다고 밝혔다.

프랑스 기후환경과학연구소(Laboratory for Sciences of Climate and Environment; LSCE)에 따르면, 메탄은 습지나 탄화수소 매장지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화석연료 사용과 축산업 등 사람의 활동에서 배출된다. 즉, 메탄은 되새김질을 하는 가축(예: 소)에서 나오는 경우가 30%, 쓰레기 매립지에서 혐기성 분해 산물로 나오는 경우가 30%, 화석연료를 채굴하고 사용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경우가 22%를 차지한다.

여러 온실가스 중 메탄은 이산화탄소 다음으로 배출량이 많지만, 지구온난화지수(Global Warming Potential)는 이산화탄소보다 100년 기준으로 28배, 20년 기준으로 80배나 높아 지구온난화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

기후변화와 대기오염으로 인한 건강 위험

기후변화는 대기오염물질의 농도와 분포를 변화시키며, 역으로 대기오염물질들이 이산화탄소 발생 증가의 원인을 제공해 지구온난화를 촉진할 수도 있다. 따라서 기후변화와 대기오염이 사람의 건강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함께 살펴보아야 한다. 대기오염물질은 공기와 일차적인 접촉이 이루어지는 호흡기계에 가장 먼저 건강 영향이 나타나며, 혈액으로 순환되면서 심혈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 산화스트레스를 유발하며, 면역계에서 정상적인 방어기전을 억제하고, 우울감 등 정신건강의 악화도 초래할 수 있다.

영유아, 어린이, 임산부, 노인 등 민감계층은 이러한 건강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 임신 중에 고농도 미세먼지나 자동차 배기 오염물질에 노출되면 태아의 성장지연과 폐기능 저하, 출생 시 저체중, 조기 분만이 유발될 수 있다. 영유아, 어린이, 청소년은 신체 발달 및 면역체계가 완전히 성장하지 않아 대기오염에 더욱 취약하다. 특히 단기적인 이산화질소와 오존 노출, 장기적인 미세먼지 노출이 어린이의 폐 기능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며, 천식, 심장질환, 폐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당뇨, 천식, 알레르기질환, 아토피피부염, 만성폐쇄성폐질환 등을 앓고 있는 기저질환자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대기오염으로 인한 건강 영향에 더 취약하다. 예를 들어, 미세먼지, 오존, 질소산화물, 이산화황 등 대기오염물질은 천식 발생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러한 대기오염물질들과 기온, 습도의 상호작용으로 인해 천식 기저질환자의 상태가 악화될 수 있다. 실제로 기온이 따뜻하고 미세먼지가 많은 날에 천식 기저질환자의 응급실 방문 횟수와 재입원율이 증가했다는 보고가 있다.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지역에 거주하거나 재정적인 여유가 부족한 취약계층도 대기오염물질에 의한 호흡기계, 심혈관계의 영향이 더 크게, 더 잦은 빈도로 나타날 수 있다. 건설노동자, 거리 청소부, 노점상 등 야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대기오염물질에 더 많이 노출될 수 있다. 한 연구에서는 초미세먼지(PM2.5)와 질소산화물(NOx) 농도가 높다고 보고된 날뿐만 아니라 고농도 대기오염이 관측되고 1~2일 후에 심혈관계질환에 의한 취약계층 사망자의 수가 크게 증가했다고 보고했다.

기후변화 감소 및 적응 전략 필요

이제는 기후변화를 줄이려는 노력뿐만 아니라, 기후변화를 새로운 현실로 받아들여 적응하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하는 시점이다. 우리가 코로나19 이후의 새로운 일상에 적응하고 있는 것처럼, 기후변화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나가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특히 기후변화의 속도를 늦추는 작업은 개별 국가만의 노력으로는 이루어지기 어려우므로 주변 국가와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하여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후변화로 인한 건강 위험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우선 기후변화를 초래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법적인 조치와 거주 환경의 개선이 필요하다. 또 기후변화에 의한 건강 영향을 조기에 발견하는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고, 관련 질환의 치료와 후송 체계, 응급 재난 시의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특히 민감계층, 취약계층, 기저질환자는 개인맞춤형 관리뿐만 아니라 집단·지역 수준의 요소를 고려하여 기후변화와 대기오염 적응 정책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최근 배출량이 증가한 메탄은 같은 양을 기준으로 판단했을 때 이산화탄소보다 지구온난화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 메탄 배출량을 감축하기 위해서는 가축 사육 자체를 줄이거나 트림과 방귀가 나오지 않는 사료를 소에게 먹이고 음식물 쓰레기를 줄여야 한다. 또 메탄 배출원이 많은 사업장을 중심으로 메탄 배출량 감축 행동 계획을 포함한 전략을 수립하고 법안도 마련해야 한다. 이미 유럽연합에서는 2030년부터 메탄을 많이 배출하는 원유와 가스의 수입을 제한하는 법안을 발표한 바 있다.

2023년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에서는 최종 공동선언문에 핵심 의제인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phase out)’ 합의를 두고 한창 논의가 진행되었다. 석유 수출국에서는 화석연료 퇴출 문제를 논의하는 대신 탄소 포집 기술을 이용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방향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환경보호 기술은 상용화되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며, 이러한 기술이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다는 낙관적인 믿음만으로 강력한 대응과 실행 조치를 미루어서는 안 된다. 사람의 활동으로 초래된 기후변화는 더는 먼 미래의 문제가 아닌 직면한 위기이다. 우리 세대와 미래 세대의 건강한 삶을 위해 기후변화 앞에서 ‘협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 항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