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inic ①

반복해서 떠오르는 생각이
일상을 방해한다면?

강박장애는 강박사고, 강박행동을 보이는 정신질환입니다. 원하지 않는 생각, 충동, 장면이 반복적으로 떠오르는 것이 강박사고이며, 강박사고나 특정 규칙에 따라 일어나는 반복적인 행동이 강박행동입니다. 강박사고나 강박행동은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하게 하고 학업, 직업 등 여러 영역에서 심각한 어려움을 겪게 합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이정석 교수

예를 들어 집에 가스 불이 켜져 있어 화재가 날 것이라는 생각이 반복적으로 떠오르는 것이 강박사고이고, 이러한 강박사고에 따른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지속해서 가스 불이 꺼져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강박행동에 해당합니다. 강박행동은 일시적으로는 불안을 누그러뜨리고 심리적 안정을 주지만 궁극적으로는 불안을 해소하지 못합니다.

20대 환자가 가장 많은 강박장애

청결강박 : 손에 세균이 있다는 생각이 계속 떠올라 지나치게 자주 씻는 등

확인강박 : 문이 잘 닫혔는지, 가스 불이 잘 꺼졌는지 등을 자꾸 확인

대칭·정렬 강박 : 물건이 바르게 배열되어 있는지를 반복적으로 확인

수집강박 : 필요 없는 물건을 계속 모으는 행동

그외 : 반복적으로 떠오르는 불편한 생각 등

2021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강박장애로 치료받은 환자 중 20대가 28.3%로 가장 많았습니다.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에 발병했을 때 치료를 받지 않아 악화하다가 일상생활에 방해가 될 정도로 심해져서 20~30대에 병원을 찾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또 20대는 막 청소년기에서 벗어나 성인에게 주어진 역할들을 수행하는 시기이므로 미래에 대한 불안감, 학업, 직장 생활에서의 어려움 등이 스트레스로 작용하는 것도 영향을 미칩니다. 강박장애는 평생 유병률이 2~3%정도로 비교적 흔한 질환이며, 소아청소년기에는 남자가 여자보다 흔하고 성인기에는 여자가 남자보다 흔한 경향을 보입니다.

꼼꼼함과 달리 일상생활에 장애를 초래

강박장애는 전문의의 진찰 후 임상적 기준에 따라 진단이 내려집니다. 진단 기준으로는 DSM(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 정신장애 진단 및 통계 매뉴얼)-5라고 하는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기준이 있습니다. 강박장애로 진단되기 위해서는 강박사고 또는 강박행동이 있어야 하며 무엇보다 그러한 증상이 시간을 소모하게 하거나, 심각한 고통을 유발하거나, 사회적·직업적 영역에서 장애를 초래해야 합니다. 흔히 매사에 꼼꼼하고 일 처리나 자기관리를 완벽하게 하는 사람을 두고 강박장애가 아니냐고 오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러한 꼼꼼함과 완벽주의가 사회적·직업적으로 장애를 주지 않는다면 강박장애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생물학적 원인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 시스템 이상, 뇌의 전두-선조 신경회로의 기능적이상 등

심리적 원인

심한 스트레스 등

치료받지 않으면 만성화되거나 악영향

현재 알려진 강박장애의 특별한 예방법은 없습니다. 다만 스트레스가 심하면 강박 증상이 악화할 수 있으므로 평소에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치료로는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가 도움이 됩니다. 약물치료를 시작하고 일반적으로 4~6주 후 효과가 나타나며, 최대 8~16주 후 효과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약물이 존재하고 개인에 따라 약물 반응·부작용 발생에 차이가 있으므로 인내를 가지고 약물치료에 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인지치료에서는 완벽주의, 과도한 책임감 등 강박장애 환자에서 흔히 나타나는 생각들을 좀 더 현실적인 생각으로 바꾸어봅니다. 행동치료로는 ‘노출 및 반응방지’ 기법이 대표적입니다. ‘노출’은 강박 증상을 유발하는 자극에 노출하는 것을 말하며, 청결강박이 있는 사람이 더러운 물건을 만지는 것이 한 예입니다. ‘반응방지’는 강박 증상을 유발하는 경우에도 강박행동을 하지 않고 견디어보는 것이며, 청결강박이 있는 사람이 더러운 물건을 만지고 난 뒤 손을 씻지 않고 지내보는 것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강박 증상이 유발되어도 강박행동을 하지 않고 견디다 보면 강박행동 없이도 생활을 유지할 수 있음을 경험하고, 이후로는 강박행동 없이 지내는 데 점점 익숙해지게 됩니다.

강박장애는 저절로 좋아지는 경우는 거의 없어 치료받지 않으면 대부분 증상이 지속되고, 심한 불안을 유발하므로 불안감을 달래기 위해 술이나 약물에 의존하기도 합니다. 강박장애가 지속되다 만성화되면 우울증, 양극성장애 등 기분장애가 동반되기도 하며 심한 경우 자살 사고, 자살 시도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강박장애를 가진 사람 입장에서는 병원에 가는 것이 꺼려지거나 과연 치료가 될지 의심할 수도 있겠지만 일단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면 증상이 호전되어 삶의 질이 좋아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