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CTION 2

research

생활습관, BMI, 당뇨와 췌장암
발생의 위험:

한국인 740만 명의
자료 분석

소화기내과 박병규 교수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췌장암의 원인

췌장암은 전 세계적으로 암으로 인한 사망원인 중 4번째를 차지하고 있다. 췌장암은 초기 단계에서는 증상을 유발하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환자는 암이 진행된 상태에서 진단받는다.

췌장암은 수술적 절제가 유일한 완치 방법이지만 절제가 가능한 경우는 10~15%에 불과하고, 5년 생존율도 9%로 매우 낮은 편이다. 따라서 개선 가능한 췌장암의 위험인자를 규명하는 것은 췌장암의 일차적 예방을 위하여 무엇보다 중요하다. 췌장암의 발생 원인은 아직까지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 개선 가능한 췌장암 위험인자로는 흡연, 비만, 음주, 당뇨병, 식이습관 등이 있다. 개선 불가능한 위험인자로는 연령, 성별, 유전적 요인, 만성췌장염 등이 알려져 있다.

흡연은 가장 잘 알려진 췌장암 위험인자로 전체 췌장암의 20~30%가 흡연과 관련이 있으며 흡연자 중 췌장암 발생 상대 위험도는 1.6~2.2배로 보고되었다. 음주와의 연관성은 낮은 편이며, 주로 과도한 음주를 한 경우에만 췌장암 발생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래된 당뇨병은 췌장암 발생의 위험인자이지만, 췌장암에 의해 당뇨병이 발생하기도 해 최근에 진단된 당뇨병 환자에서 췌장암의 위험은 더욱 높아졌다. 비만인 경우에는 췌장암 발생 위험이 10~20%가량 증가하는데, 동양인에서는 비만의 영향이 거의 없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림 1. BMI, 당뇨, 흡연에 의한
췌장암 발생 위험비>

한국인의 특성을 반영한 연구

췌장암 위험인자에 대한 대부분의 연구는 서양인을 대상으로 진행됐고, 유전적·사회적으로 다른 특성을 가지는 한국인을 포함한 동양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매우 부족하다. 또 췌장암의 낮은 발생률을 고려하면, 매우 많은 수의 인구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해야 하지만 대부분의 연구는 소규모 인구를 대상으로 했고, 메타 분석에서조차도 500만 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찾아보기 힘들다. 따라서 이번 연구에서 한국인의 여러 생활습관과 BMI, 당뇨에 따른 췌장암 발생을 조사하여 췌장암의 일차 예방을 위해 개선 가능한 위험인자를 규명하고, 췌장암 발생의 고위험군을 선별하여 췌장암의 조기진단에 기여하고자 했다.

2005년과 2006년에 국가건강검진을 받은 1,224만 8,104명 중에서 40세 이하 등 예외조건의 수검자를 제외한 총 744만 5,947명이 본연구의 대상자가 되었다. 이들을 평균 11.5년 동안 추적 관찰한 결과, 전체의 0.3%인 2만 2,543명에서 췌장암이 발생했다. BMI가 28kg/㎡ 이상에서 췌장암 발생 위험은 16%증가했고, BMI가 5kg/㎡ 증가함에 따라 췌장암 위험은 6% 증가했다. 당뇨병이 있는 환자에서 췌장암 발생 위험은 48% 증가했다. 현재 흡연자에서는 상대위험도가 1.43이었는데, 하루 흡연량이 10개피 이하, 10~20개피, 20개피 이상에서 상대 위험도가 각각 1.32, 1.44, 1.54로 나타나 흡연량이 증가할수록 비례하여 증가했다(그림 1).

음주는 주 5회 이상 음주를 한 경우에만 8%의 위험이 증가했다. 기여위험분율(population attributable fraction)은 흡연의 경우 남성에서 9.6%, 여성에서 1.2%이며, 비만은 남성에서 2.9%, 여성에서 4.3%였다. 각각의 위험인자들의 병합효과로 당뇨가 있는 현재 흡연자는 당뇨가 없는 비흡연자에 비하여 상대위험도가 2.13으로 증가했고, BMI가 25kg/㎡ 이상인 현재 흡연자는 BMI 23kg/㎡ 이하인 비흡연자에 비하여 상대위험도가 1.55로 증가했다(그림 2).

한국인 740명을 대상으로 한 본연구는 흡연, 비만, 당뇨는 한국인에서 췌장암 발생의 중요 위험인자임을 밝혀주었다. 특히, 흡연은 흡연량에 비례하여 위험도가 증가했으며, 당뇨나 비만이 동반된 경우에 위험도가 더욱 높았다. 따라서, 흡연과 비만과 관련된 생활습관 개선은 췌장암의 일차 예방을 위해 무엇보다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연구 논문은 British Journal of Cancer (Impact Factor=7.64)에 2022년 4월 20일 게재되었다.

<그림 2. 흡연과 당뇨, 흡연과 BMI의 병합효과에
의한 췌장암 발생 위험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