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CTION 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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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질병이든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가장 좋은 예방법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보다 더 좋은 예방법은 질병을 예측하고 예방하는 것이 아닐까? 유전클리닉 유종하 교수는 유전자 검진으로 유전적 소인을 파악해 질병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예측한다.

김희연 / 사진 김경주

또 다른 건강검진, 유전자 검사

유전자 검사라고 하면 드라마에 자주 나오는 친자 확인 검사를 떠올리기 쉽지만, 최근에는 유전자 검사로 유전성 질환을 전문적으로 진단하고 예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유전자 검사는 검사 대상자의 혈액에서 추출한 염색체, DNA, RNA 등을 이용하여 의심되는 질환을 진단·예측하고 태아 산전 진단, 약물 반응 예측을 위한 검사를 시행하는 것이다. 의학기술이 발전하면서 다양하고 폭넓은 질환에 대한 유전적 소인들이 밝혀지고 있어 유전자 검사를 통한 정확한 진단과 예측의 중요성이 커졌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 일산병원은 선도적으로 2008년 유전클리닉을 개설하고 지난 2015년 확장 개소했다.

현재 암, 심장돌연사, 뇌졸중, 고지혈증 등 총 4개 유전자 검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환자들은 유전클리닉 상담 후 적합한 유전자 검진 종목을 선택하거나 종합건강증진센터에 방문하여 종합검진 프로그램에 유전자 검진을 추가할 수 있다.

“가족 중 암 환자가 있거나 유전질환이 있어 유전성이 걱정되는 경우 위험도를 확인하고 조기에 관리할 수 있어 유전자 검진을 추천합니다. 또 최근에는 건강검진 목적으로도 많이 진행하는데요, 태어나면서부터 가지고 있을 수 있는 유전자의 병원성 변이를 분석함으로써 유전적 암이나 질환의 발생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유전적인 질병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건강검진이라고 할 수 있죠. 무엇보다 평생 딱 한 번만 하면 된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정확함과 신뢰도가 중요한 검사

유전자 검사로 얻을 수 있는 기대효과는 무엇일까? 우선 검사결과 유전자의 병원성 변이가 발견되지 않으면 유전성 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낮으므로 안심할 수 있고, 유전자의 병원성 변이가 발견된 경우라도 아직 질환이 발생한 것은 아니므로 주기적인 추적관찰로 예방할 수 있다. 또 가족의 유전 가능성을 확인하는 가족 유전자 검사도 받을 수 있다. 일산병원은 유전자 검진 결과에 따라 건강관리에 도움이 되도록 개인 맞춤형 정보를 제공한다.

유전자의 병원성 변이가 발견된다고 100% 유전질환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유전질환 발생 위험도가 매우 높다는 뜻이기에 예방이 중요하다. 일산병원에서는 발견된 유전자의 병원성 변이와 관련 질환에 따라 전문적 관리를 위해 진료과로 협진을 의뢰한다. 예를 들어 암 지놈스크린 검사 결과에 이상이 있는 경우 종양혈액내과, 심장돌연사 지놈스크린 검사 결과 이상 시 심장내과에 협진을 의뢰하는 식이다. 지놈스크린 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나온 수검자의 가족과 친척의 유전 상담 및 가족 유전자 검사도 진행한다.

유전자 검사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수많은 병원과 유전자 검사기관에서 유전자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유종하 교수는 유전자 검사는 방법이 매우 다양하고 결과 해석에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하므로 신뢰할 수 있는 곳에서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일산병원 유전클리닉은 유전자 검사와 결과 해석 전문가인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가 상주하고 있다는 것이 큰 강점이자 특징이다.

“의료기관이 아닌 곳에서 유전자 검사를 하면 검사 방법이나 결과 해석을 신뢰할 수 없어 병원에서 재검사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비의료기관의 경우 개인정보보호 관리가 미흡할 수 있고, 엄격히 제한해야 하는 미성년자 유전자 검사를 아무 제약 없이 진행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유전자 검사의 한계점 인지 및 검사 항목의 선택과 결과 해석 과정에 숙련된 유전학 전문가가 반드시 개입해야 하므로 믿을 수 있는 병원에서 검사받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계속해서 발전하는 모습

현재 일산병원에서는 수십 개 유전자를 한 번에 검사할 수 있는 차세대염기서열분석법(Next-Generation Sequencing, NGS)을 사용하는데, 이는 유전성 질환의 예방 및 조기 진단, 치료 효과의 향상을 기대할 수 있는 최신 검사법이다. 대부분의 검진 목적 유전자 검사에서 관련 유전자의 특정 부위만 검사하지만 NGS는 대상 유전자 전체의 염기서열을 해독함으로써 정확한 결과를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다.

유전자 검사는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분야이므로 뒤처지지 않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유종하 교수는 전문성을 유지하기 위해 관련 학회 참가 및 학술발표, 논문발표를 꾸준하게 하고 있다. 특히 대한진단유전학회가 주관하는 유전상담 연수강좌에서 매년 유전질환 관련 강의를 하고 있는데, 대다수가 의사인 수강자들의 강의 만족도가 항상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또 유전자 변이와 질병 관련성을 연구할 때 인구집단에서 변이 빈도, 기능 분석, 컴퓨터 분석을 이용한 병인성 예측 자료, 논문 및 병인성 변이 데이터베이스 등 다양한 근거를 종합해 해석해야 하므로 이에 맞추어 꾸준히 대비하고 있다.

유종하 교수는 코로나19 진단을 위한 PCR 검사(유전자 검사 방법 중 한 가지)의 중요성을 전 국민이 알게 되면서 어느 때보다 유전자 검사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요즘, 정확한 검사와 확실한 검사 소견으로 유전질환에 잘 대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건강검진 목적의 유전자 검진 활성화뿐만 아니라 정확한 진단이 어려워 병명도 모른 채 치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희귀 유전질환 환자를 위해 끊임없이 공부하고 노력하겠습니다.”

일산병원 유전클리닉 검진 프로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