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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H Story

따스한 인사

소리를 듣게 된
청각장애 다운증후군 청년
이다니엘 군

처음 듣는 소리,
처음 보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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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많은 나이 스물다섯, 이다니엘 군은 만능 스포츠맨이다.
다양한 운동을 즐기는 이 군은 플로어 하키 한국대표 장애인 선수로 출전하기도 한 실력파다.
다운증후군을 갖고 태어나 그 후유증으로 양쪽 귀가 들리지 않지만 굴하지 않고 열심히 살아온 이 군은 올해 처음으로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되었다.

글. 왕보영, 박현숙   사진. 이서연(아자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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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니엘 군은 두 얼굴의 사나이다. 워낙 사교적이고 밝은 데다 농구, 축구, 볼링, 씨름 등 다양한 운동을 즐기는 활동적인 성격이다. 리더십과 운동 실력을 인정받아 그의 모교인 경기 고양시 홀트 학교에서 씨름심판으로 활약하기도 했고, 2013년에 열린 평창동계스페셜올림픽에선 플로어 하키 한국대표 장애인 선수로 출전하기도 했다. 그런 이 군이 어머니 앞에서는 180도 변한다. 말이 없고 무척 점잖다. 뭔가 질문을 해도 짐짓 근엄한 표정을 지은 채 단답형으로 응수한다. 그러니 줄곧 내성적인 줄 알았던 아들이 밖에서 사람들과 어울릴 땐 활기찬 모습을 보고 어머니 노화섭 씨는 자기 눈을 의심할 정도였다고 한다.
“홀트 학교에서 교우관계 좋은 아들의 모습을 보고 놀랍고도 고마웠어요. 다니엘은 제게 아픈 손가락이에요. 임신 8개월 때 교통사고를 당해서 9개월 만에 낳았거든요. 아이가 다운증후군을 갖고 태어난 걸 알았지만 못 듣게 될 줄은 몰랐어요. 아기 때부터 아무리 불러도 반응이 없어서 병원에 갔는데 양쪽 귀 모두 이상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잔잔한 웃음을 짓고 있는 아들과 달리 얼굴이 상기된 엄마는 목소리가 떨렸다. ‘그때 교통사고를 당하지 않았더라면!’하는 생각에 30대의 젊은 엄마는 25년 동안 아들에 대한 죄책감을 갖고 살아왔다고 한다. 그런 아들이 이제 더욱 밝아진 것을 실감한다며 흐뭇한 얼굴로 아들을 대견스레 바라봤다.

25년 만의 변화, 부르면 대답하는 아들

다운증후군의 후유증으로 귀의 기형과 만성중이염 등이 있던 터라 이 군은 염증이 생기거나 하면 가까운 이비인후과를 찾아 급한 불을 끄듯이 염증을 가라앉히는 치료 등을 받아왔다. 그러던 중 2013년 일산병원을 찾아 수차례 중이염 수술을 받았다.
“아들이 아기 때부터 귀에 염증이 잘 생겨서 여러 병원에 다녔는데 최현승 교수님은 다른 의사 선생님들과 달랐어요. 환자기록만 보면서 간단하게 설명해 주고 마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걱정해주셨어요. 아들의 청신경 기능은 정상에 가까우니 보청기를 생각해보자고 하셨을 때 참 고마웠어요. 기초생활수급자 가정이라 선뜻 보청기를 하겠다고 하지 못하니까 일산병원 공공의료사업팀에 저희를 소개해주셨지요.”
지난 9월 말, 다니엘은 일산병원 사회사업후원금 수혜자가 되어 보청기를 선물 받았고 25년 만에 소리를 듣게 되었다. 예전에는 아무리 크게 불러도 듣지 못하던 아들이 요즘은 부르면 대답하고, 때론 잘 들리면서도 못 듣는 척 장난을 칠 정도가 되었다는 엄마의 말에 다니엘은 겸연쩍은 듯 머리를 긁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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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의사의 인사에는 온기가 있다!

“어머니 어서 오세요! 다니엘, 요즘도 야구해?”
다니엘과 엄마가 정기검진 차 이비인후과의 문을 열자 최현승 교수가 반갑게 맞는다. 검진을 받는 다니엘이 일상적인 목소리도 잘 듣고 대답하며 시종일관 환하게 웃는 모습에 다니엘의 행복이 느껴지는 것 같아 최 교수는 자신의 일처럼 기뻐했다.
“아, 이 친구 이렇게 웃는 거 처음 보네, 말도 많이 하고! 보청기가 마음에 들어?”
“네, 좋아요. 많이!”
다니엘의 천진난만한 심성이 음성으로 전해지자 엄마는 “우리 아들, 더 밝아지겠네!”라고 했다. 그 말은 다니엘은 물론 최 교수에게도 선물처럼 느껴지는 듯했다. 그는 실력과 더불어 환자를 생각하는 마음이 있어야 좋은 의사라고 생각한다며 소년처럼 홍조 띤 웃음을 지었다. 소리를 처음 듣는 청년과 그 청년의 웃음을 처음으로 보며 흐뭇해하는 의사. 두 사람의 마음을 통하게 하는 ‘설레는 처음’ 그 시간의 찬란함은 보는 이에게도 삶의 빛으로 다가왔다. +